힐만 감독, SK와 아름다운 이별…"PS 끝나고 돌아간다"
"투병 중인 모친 간호·부친 돌보려면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55) SK 와이번스 감독이 한국 야구와 작별한다.
힐만 감독은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힐만 감독은 "내년 SK 감독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기자간담회 전 힐만 감독은 선수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힐만 감독은 "아주 단순하게 가족 문제 때문"이라고 SK를 떠나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5년, 어머니를 잃었다"고 가정사를 소개한 뒤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가 알츠하이머(치매) 증세로 투병 중인데, 아버지의 나이가 현재 84세"라고 덧붙였다.
고령으로 아내 간호를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돌보고, 새어머니도 돕고자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힐만 감독은 말했다.
힐만 감독은 2007년에도 가족 문제로 일본을 떠났다고 했다. 당시엔 아이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힐만 감독은 "SK 구단과 계약 연장을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미국의 가족을 위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며 "SK 기업과 와이번스 구단,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훌륭한 구단을 맡아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힐만 감독은 인생의 우선순위를 신앙, 가족, 직업 순으로 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힐만 감독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SK 기업, 충성심을 보인 코치진, 트레이너, 전력분석팀, 그리고 열성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뜻을 건넸다.
또 야구단에 큰 열정을 보인 최창원 SK 구단주, 류준열 대표이사, 그리고 야구인 출신으로 야구 경기 면에서 전폭적으로 뒷받침한 염경엽 단장, 손차훈 운영팀장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보냈다.
2003∼2007년 닛폰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감독을 지낸 힐만 감독은 2016년 말 SK와 2년간 총액 160만 달러에 계약하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한국·미국·일본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첫 사령탑인 힐만 감독은 닛폰햄을 5년간 이끌며 쌓은 높은 아시아 야구 이해도를 바탕으로 SK에 선진 야구를 이식했다.
요즘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발사각도, 타구 속도 등의 지표를 도입해 SK를 '한국판 양키스'로 불리는 홈런 군단으로 바꿨다.
SK 타선은 지난해 팀 홈런 267개를 터뜨려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에도 12일 현재 팀 홈런 232개를 쳐 부동의 1위를 달린다.
힐만 감독은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SK는 지난해 5위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했고, 올해엔 6년 만에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힐만 감독은 지역 사회 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지난해 8월 SK 구단에 우리나라 소아암 환우를 돕고자 모발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먼저 제안했고, 기부 조건을 충족하고자 수염과 머리카락을 길렀다.
SK 에이스 김광현도 힐만 감독의 뜻에 감명받아 모발 기부에 동참하기도 했다.
또 찌는듯한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7월엔 산타클로스로 변신해 소아암 환우가 공부 중인 학교를 찾아 선물을 전달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등 스스럼없이 팬들에게 다가갔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수와 손가락 하트를 함께 그리고 팬들에겐 로커로 변신해 화끈한 발차기도 보여주는 등 쇼맨십에도 능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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