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일흔의 사격선수 손정환 "내년 100회 대회까지 이 악물고 뛸 것"

입력 2018-10-13 13:58
[전국체전] 일흔의 사격선수 손정환 "내년 100회 대회까지 이 악물고 뛸 것"

전국체전 최고령 출전선수…총포상 운영하며 틈틈이 사격 연습



(임실=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서울 대표로 사격 트랩 종목에 출전한 손정환(70) 씨는 제99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1만8천601명의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13일 전북 임실의 전라북도종합사격장에서 만난 손 씨는 1라운드 성적표를 바라보면서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 체력도 시력도 집중력도 자꾸 떨어진다"며 "그래도 젊은 사람들만큼은 쐈네"라며 웃었다.

1948년생인 손 씨는 이번 대회 트랩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전했다. 전국체전 트랩 종목은 선수들이 성별과 연령 구분 없이 경기하기 때문에 단체전 동료인 막내 장국희(서서울과학고)와는 무려 52살 차이가 난다.

이번 전국체전 최연소 출전선수인 정구의 백단비와는 55살 차이다.

손 씨는 "재작년까지는 나보다 5살 많은 대전에서 오신 분이 계셔서 대회 때마다 만나면 반가웠다. 그분이 무릎이 안 좋아지셔서 올해는 못 나오시는 바람에 내가 최고령이 됐다"고 했다.

손 씨는 생활체육으로 사격을 시작한 선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총포상을 젊은 시절부터 운영하다가 틈틈이 직접 사격장에 다니면서 총을 쏘기 시작했고, 선수로까지 나서 1990년대부터 전국체전 무대를 밟았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총을 잡은 덕분에 일찍부터 총과 친해졌고 그만큼 소질도 있었다.

한참 어린 엘리트 체육 선수들과 겨루면서도 단체전 메달을 따기도 했고 개인전에서 본선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적도 있다. 결선에서 4위로 입상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날아가는 표적을 맞히는 트랩이 사격의 다른 종목보다 체력 소모가 덜하다고는 해도 4㎏가량의 총을 들고 젊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 씨는 "체력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나이가 들어 뛰는 것은 무리지만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매일 걷고 틈만 나면 운동을 한다"며 "음식도 고단백 위주로 먹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심판으로도 활약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손씨가 건강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손 씨는 "나이 먹으면 근육이 빠지는데 운동을 안 하면 힘이 없어서 사람이 축축 처진다"며 활기찬 노년을 위해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선수 생활은 그만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올해도 나오게 됐다"며 "내년 100회 대회가 마침 서울에서 열리니 내년에 마지막으로 서울의 명예를 걸고 이를 악물고 뛰어야겠다"며 웃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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