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유기 신고 급증…경찰 처벌 여부 놓고 '고심'

입력 2018-10-14 09:03
수정 2018-10-14 09:19
동물 학대·유기 신고 급증…경찰 처벌 여부 놓고 '고심'

반려동물 학대 여부 가리기 모호한 경우 많아 곤혹

동물주 "바뀐 법 몰랐다"…"학대 기준 명확히 해야"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 학대나 유기 관련 신고도 매년 늘고 있다.

신고 가운데는 잔혹하게 반려동물을 때리고 죽이는 등 사회 통념상 명백한 동물 학대도 있지만, 사건에 따라서는 학대 여부를 따지기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최근 개정된 관련법에 대한 홍보와 계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오후 3시께 청주시 상당구의 한 건물 옥상에 몸통이 심하게 훼손된 채 죽은 강아지가 방치돼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 사이 강아지 두 마리가 몸이 훼손된 채 옥상에서 죽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며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청원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들은 강아지 사체와 사건 현장을 감식했다.

수사관들은 사체에 난 상처의 종류, 혈흔을 분석했다. 마치 살인 사건 현장처럼 경찰서 수사과장까지 나와 현장을 지휘했다.

강아지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수의사에게 부검도 의뢰했다.

강아지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살해되었는지, 죽은 상태에서 사체 훼손이 이뤄졌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견주 A씨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견주 A씨는 강아지들이 서로 물어뜯어 두 마리가 죽었을 뿐 학대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그는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기적으로 줬고 강아지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게 하거나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견주가 강아지를 직접 죽이지 않았더라도 비바람조차 피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개 16마리를 옥상에 두고 사육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상 학대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청원경찰서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반려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최근 바뀐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고 학대 기준에 대해 반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동물 학대냐 아니냐를 놓고 동물 학대 신고자와 견주가 맞고소하는 일도 벌어지고 한다.

지난 8월 청주시 반려동물 보호센터가 살아 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어 죽이는 등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반려동물 보호센터의 B 센터장이 살아 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어두고 퇴근해 죽게 했다"며 흥덕경찰서에 고발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아지를 시원한 곳에 둔 것은 수의사로서 치료 목적으로 결정한 것이며 학대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자신을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반려동물 보호센터 직원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들은 학대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선 수사관들도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의사와 동물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2건에 불과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4건 발생했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충북본부장은 "사회적으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학대 사례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련 법 시행령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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