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제조하는 지휘 명장…"온전한 창조 활동"

입력 2018-10-13 06:10
향수 제조하는 지휘 명장…"온전한 창조 활동"

한국 오케스트라와 첫 무대…KBS교향악단과 브루크너 9번 연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향수 제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59)는 음악 이외에 가장 즐거운 일을 꼽아달란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지휘자 이외에 조향사로도 활동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도 이뤄지는 향수 브랜드(FL PARFUMS)를 보유 중이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1997~2002),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2004~2010), 빈 심포니(2005~2013),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2011~2017), 취리히 오페라 음악감독(2012~2018) 등을 역임한 지휘 명장의 이색 취미이자 두 번째 직업인 셈이다.

향수와 음악. 언뜻 생소한 조합이지만 둘 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각 및 정서와 밀접한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창조성 부분에서 두 영역의 연관성을 찾았다.

"지휘 자체가 예술 행위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작업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주자로서 역할이 더 강조되기 때문에 창조적인 요소는 제한되기도 하지요. 반면에 향수 제조는 온전한 창조 활동입니다. 사람들이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가령 루이지가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것으로 알려진 향수 '돈 다무르(Don d'Amour)'에는 장미와 담배 등 색다른 원료 조합이 사용됐다. 홈페이지 소개 글에는 "가득한 사랑으로 만들었다"고 돼 있다.

그는 물론 지휘자로서 포디엄에 오를 때에도 향수를 뿌린다고 했다. "다만 일을 할 때는 내가 뿌린 향이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약하게 뿌린다"고 부연했다.

그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과 조우한다.

그의 내한은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이후 9년 만이다. 한국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 오케스트라와의 첫 작업에 매우 설레고 행복하다"며 "한국 청중의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알기에 만남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내한 공연 메인 프로그램으로 그의 장기 중 하나인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선보인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녹음한 이 곡으로 2009년 권위 있는 음악상인 '에코 클래식 상'을 받았다.

루이지는 "너무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음악 전반에 존재하는 충만한 디테일을 온전히 구현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부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협연자로 가세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연주한다.

세계 각국에서 지휘 리더십을 펼치는 그는 현재 취리히 오페라 음악감독,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 피렌체 5월 음악축제 음악감독 등을 맡고 있다.

최근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얍 판 즈베던 후임으로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는다는 소식으로도 음악계 관심을 받았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그들의 아이디어와 의지로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휘자 역할"이란 신념을 밝혔다.

그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은 오는 14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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