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해법 400년전 조선통신사에서 배우자

입력 2018-10-12 17:17
한일관계 해법 400년전 조선통신사에서 배우자

한일 공동선언 20주년·조선통신사 유네스코 등재 기념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역사로부터 배우기 위해 양국 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일 신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과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등재를 기념하기 위한 국제학술회의가 '한일문화교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한일문화교류회의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주한일본대사관이 후원한 행사에는 한일 양국의 학계 인사들과 도종환 문체부 장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동서대 석좌교수)은 개회사에서 "조선통신사의 선린외교 정신을 되살려 제2의 조선통신사의 역할을 하자"며 "20년 전 역사적 결단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한일 관계를 정립해가자"고 밝혔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공동추진 위원장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향후의 전개 방향'이란 기조강연을 통해 "그동안 한일 관계를 지탱해온 '1965년 (한일협정) 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한계 요인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965년 체제의 한계로는 양국 간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 정부간 타협의 산물로 갈등의 불씨를 남겨둔 채 이뤄진 한일협정 자체의 한계와 이후 양국 관계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정계, 경제계, 산업계의 두터운 인맥과 교류의 와해를 지적했다.

아울러 위안부 문제 등 한일협정 당시 알려지지 않은 과거사의 등장과 한국의 국력 성장에 따른 양국 간 국력차 축소, 중앙 정부를 넘어선 다양한 교류 주체들의 등장을 꼽았다.

그러면서 2017년 민간 주도로 이뤄진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가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장 총장은 "현재 양국 관계를 결정짓는 '부정의 기억'을 '긍정의 기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통해 발전적인 여론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일본학술회의 나카오 히로시 회장은 '조신통신사 선린외교와 한일문화교류의 재평가'라는 기조강연에서 "조신통신사가 200년에 걸쳐 일본과 조선 왕조 사이에서 왕래한 역사적 사실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며 "곤란한 외교 관계도 자기 입장을 고집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현재의 국제적인 여러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통신사는 일본 에도시대인 1607~1811년 약 200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일본을 왕래한 외교사절단으로, 111건 333점(한국 63건 124점·일본 48건 209점)의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여기에는 공식적인 외교 기록 외에 견문록과 같은 여정 기록, 시문이나 회화 등 문화교류 기록이 포함됐다.

오사와 켄이치 오사카역사박물관 학예과장은 일본 내 조선통신사 관련 연구와 자료 수집에서 선구적인 성과를 남긴 신기수의 삶과 학문, 유산을 소개했다.

패널 토론에 이은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년과 한일국민교류 1천만명 시대'를 주제로 한 한일 대중문화 전문가 강연이 있었다.

고하리 스스무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학 교수는 "양국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항'에서 '화해'와 '경의'를 중시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양국 간 화해의 모델로 한일 공동선언을 제시했다.

'한일 신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에 의해 채택됐으며,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수립 방안이 담겼다.



도종환 장관은 모두 인사말을 통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간의 문화교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과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등을 이뤄냄으로써 양국의 협력 및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신통신사가 일본을 오간 200년 동안 조선과 일본에는 전쟁이 없었다"면서 "조선통신사 기록물에는 비참한 전쟁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응축돼 있으며, 이것은 시간을 초월해 지금 우리에게도 평화는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역사를 거울삼아 상호 존중의 정신을 다져나간다면 양국 관계 해법을 찾는데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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