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앞둔 두 원조 아이돌…H.O.T. '후끈' 젝키 '침울'
강성훈 파문에 젝스키스 공연 2천석 비어
H.O.T. 공연은 일찌감치 8만석 매진…"그때 그시절 추억여행"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1990년대를 호령한 1세대 아이돌 H.O.T.와 젝스키스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 그룹의 공연 날짜는 13∼14일로 같다. H.O.T.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젝스키스는 여기서 8km 정도 떨어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잠실종합운동장은 회당 4만여명, 체조경기장은 1만여명 수용이 가능하다.
현재 두 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H.O.T. 콘서트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이틀 치 표 8만장이 완판됐다. 온라인 암표상이 극성을 부리자 주최 측은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된 표를 일괄 취소하고 2차 예매를 하기도 했다.
김현정(31·출판업) 씨는 "취소표가 풀릴 때를 기다려 난생처음 '광클' 끝에 표를 구했다"며 "중학생 때 온 힘을 다해 좋아했던 H.O.T.를 완전체로 보게 돼 정말 기쁘다.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가는 것만 같다"고 관람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젝스키스 쪽은 딴 판이다. 12일 오후 4시 젝스키스 콘서트 예매처인 옥션티켓에 접속하면 13일 공연은 1천20여석, 14일 공연은 950여석 표가 남았다. 2만석 중 2천석이 팔리지 않은 것이다.
젝스키스의 콘서트 티켓이 완판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H.O.T.는 이번이 17년 만에 재결합해 펼치는 첫 단독 콘서트지만, 젝스키스는 2016년 일찌감치 재결합해 몇 차례 콘서트와 팬미팅을 했다. 팬들의 결집력과 간절함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팬덤 규모도 차이가 있다. 1990년대 말 전성기 때부터 H.O.T. 팬덤이 젝스키스 팬덤에 견줘 압도적으로 컸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선 두 그룹이 같은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날이면 하얀 풍선(H.O.T. 상징색)에 둘러싸인 노란 풍선(젝스키스 상징색)이 '계란후라이'처럼 보인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나돌았다.
그러나 이런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젝스키스 콘서트 티켓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강성훈 사태'다.
젝스키스 메인 보컬 강성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시작됐다. 대만 언론 발로 그의 개인 팬클럽 후니월드가 현지 팬미팅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현지 업체에 한화 1억원가량의 손실을 입혔다는 보도가 나온 것.
강성훈이 "대만 측이 우리를 속이고 진행한 부분이 있었고, 대만 정부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팩트"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강성훈 팬클럽이 기부금을 횡령했다는 의혹, 팬클럽 운영자가 강성훈과 교제하는 사이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강성훈이 골목을 지나다니는 과일 트럭을 보고 "여긴 청담동이다"라고 비하하듯이 말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참다못한 젝스키스의 팬덤은 '강성훈이 탈퇴하지 않으면 콘서트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항의했다.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젝스키스 갤러리는 횡령 의혹과 관련해 형사 고소하겠다고 예고했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YG는 지난달 21일 강성훈의 콘서트 하차를 발표했다.
젝스키스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강성훈은 지난 3일 팬카페에 손편지를 올려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횡령, 사기 등 듣지 않아도 될 단어까지 듣게 해 미안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지원, 장수원, 김재덕, 이재진도 각각 공식 홈페이지에 편지를 올려 팬들에게 사과했다. 특히 은지원은 "멤버 모두가 다 콘서트 무대에서 인사드리지 못해 리더로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공연에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팬들을 다독였다.
그럼에도 팬들의 돌아선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김아름(34·회사원) 씨는 "2016년 젝스키스가 재결합한 뒤 연 첫 콘서트 때는 어렵게 표를 구해 보러갔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예매를 취소했다. 강성훈이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일삼은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마음으로는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정연(31·회사원) 씨는 "팬들이 여러 차례 기회를 줬는데도 제 발로 걷어찬 것 같아 배신감이 든다"며 "그리고 젝스키스 노래에서 메인 보컬의 비중이 80%에 육박하는데, 나머지 멤버들만으로 완성도 있는 공연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임지원(32·교사) 씨는 "팬들은 성장해 30대 어른이 됐는데, 정작 일부 멤버는 10대 시절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동안 외모 덕에 '냉동인간'이란 별명이 붙은 줄 알았는데 생각도 1990년대에 냉동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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