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김정은, 현존 핵물질 제거 약속…종전선언 시간문제"(종합3보)
BBC 인터뷰 "대북제재 국제공조 유지해야…경협, 제재 해제나 예외 용인돼야 가능"
"김정은, 솔직하고 겸손…北 인권 중요하지만 압박보다 개방이 실효적"
"金, 5·1 경기장 연설서 아무 조건 달지 않아…대단한 신뢰 보여준 것"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북한은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을 없앤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종전선언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는 "국제 제재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원론적 말씀이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데에는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큰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간다면 제재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유럽순방을 앞두고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 종전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충분한 논의를 했다. 종전선언이 일찍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한미 간 공감대가 있었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아주 잘 진행돼 왔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 발전을 위해 핵을 포기하겠다고 했고, 제재라는 어려움을 겪어가며 핵을 갖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추가적인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핵 생산 시설과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것,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을 없앤다는 것 전부가 포함된 약속"이라며 "김 위원장과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에 이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해 '미래 핵' 뿐 아니라 핵 리스트 신고 등을 통해 '현재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에 현재 핵에 대한 포기 의미도 담겼다는 점을 보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싱가포르 성명'이 포괄적으로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종전선언은 그중 하나일 뿐이며,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종국에는 비핵화의 완성과 동시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그런 프로세스로 나아가는 것이 미국이 취해줘야 할 상응조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쪽 정상이 통 크게 합의를 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 프로세스의 진행에 아주 강한 낙관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자 "김 위원장은 젊지만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예의 바르고 솔직담백하며 연장자를 제대로 대접하는 겸손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적인 제재 공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국제적인 제재의 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본격적 경협은 제재 문제가 풀리거나 예외적 조치로 용인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는 그때까지 경제협력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해두는 것이며, 동시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옳은 선택을 할 경우 북한에 번영과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서서히 완화해 나가는 것까지도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인권 관련 질문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보편적인 인권의 길로 나가야 한다"면서도 "국제적으로 압박을 한다고 해서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BBC기자와 소정원에서 대화를 이어가며 "우리가 가볍게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중"이라며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 단계를 넘어야 남북이 경제적 협력을 할 수 있다.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양 방문 당시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를 관람하며 15만명의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한 일을 언급하며 "아주 감격적인 순간이었고, 우리 민족이 역시 하나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분명히 해야 하고, 이에 대해 북한 주민의 호응을 받아야 하고, 방송으로 그 모습을 볼 한국 국민과 세계인의 지지를 받아야 해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잘 해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그 연설에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달라거나 어떤 말은 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없었고, 사전에 연설 내용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시간도 전혀 제약하지 않았다"며 "전적으로 저에게 맡겼는데, 대단한 신뢰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며 이를 꼭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나의 부모님은 북한 출신이며 남쪽으로 피난을 오신 분이다. 전쟁의 비극과 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해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을 없도록 하는 것, 또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저의 최대의 정치적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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