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토론회…의사협회·환자단체 주장 평행선

입력 2018-10-12 16:10
'수술실 CCTV' 토론회…의사협회·환자단체 주장 평행선

의사회측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워…녹화자료 유출위험도"

환자측 "의료분쟁 증거 때문에 반대하는거 아니냐"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는 '수술실 내 CCTV 운영'을 놓고 12일 공개토론회가 열려 격론이 벌어졌다.

토론회는 이재명 지사의 주재로 도지사 집무실에서 낮 12시 40분부터 1시간 50분가량 진행됐으며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경기도의사회 강중구 부의장은 "연간 200만건의 수술이 행해지고 있는데 (CCTV 설치의 계기가 된) 대리수술 같은 범법행위는 극히 드문 사례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CCTV는 만능키가 아니며 의료인의 인권침해뿐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수술실 CCTV 운영을 반대했다.

강 부의장은 "은행, 국방부도 해킹에 뚫리는 세상인데 수술 화면이 인터넷에 유출되면 어쩔 것이냐"며 "의료인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운영하는 곳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범죄예방조치는 극히 일부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CCTV를 보게 되는 것은 의료사고나 심각한 인권침해 정황이 있을 때"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의료분쟁은 환자가 백전백패다. 의료기록을 조작해도 밝혀낼 수 없다"며 "의료계가 CCTV를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분쟁의 명백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원장과 안성병원 측은 CCTV 녹화자료를 암호화하는 등 유출 시 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수술 집중도 저하 여부를 놓고도 논쟁이 일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의사협회 회원 8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CCTV 운영에 반대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60%가 수술 시 집중도 저하를 들었다"며 "CCTV 녹화를 생각하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48.3%의 의사들은 환자가 CCTV 촬영을 원할 경우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권유하고 싶다고 답했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깨지는 것"이라며 "이 모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의사들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수술실 출입자 정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CCTV 각도를 조절하도록 했다"고 했고 안성병원 김영순 수간호사는 "처음에는 수술실 내 제3의 시선이 의식됐는데 일에 몰두하며 잊어버리게 됐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신희원 경기지회장도 "수술 집기가 30개가 필요할 경우 과연 30개가 유지되는지, 염증 거즈가 100개인데 50개를 썼을 경우 나머지 개수를 확인하는 정도의 CCTV 촬영"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가 도의료원이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CCTV를 시범 운영하게 됐다고 하자 경기도의사회 이 회장은 "도청 공무원들에게도 세금이 들어가니까 다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명찰 다는 것을 놓고도 인권침해라고 노조에서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이 지사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안성병원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CCTV 운영에 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기도의사회의 주장에 안성병원 김용숙 원장은 "우리 병원 수술실 직원들이 다 주인의식이 있고 액티브(적극적이어서)해서 일사불란하게 찬성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도 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안성병원은 이달 1일부터 5개 수술실에 CCTV를 운영 중이며 10일까지 열흘 사이 수술한 환자 54명 가운데 24명이 CCTV 촬영에 동의했다.

녹화자료는 의료분쟁 등의 경우에만 환자측에 공개되며 1개월 동안 보관한 뒤 폐기한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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