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열리는 날 오솔길 따라 금강산까지 걷고 싶어요"

입력 2018-10-12 14:47
"철조망 열리는 날 오솔길 따라 금강산까지 걷고 싶어요"

양구군 민통선 지역서 '금강산 가는 옛길 걷기대회' 열려



(양구=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남북 분단 이전까지 강원 양구 주민들이 금강산까지 걸어 다녔던 옛길을 다시 걸어보는 행사가 열렸다.

양구군은 12일 제34회 양록제 주요 행사로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 지역에서 '금강산 가는 옛길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3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동면 비득고개를 출발해 방산면 두타연까지 이어지는 비포장 작전도로 9㎞ 구간을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에 흠뻑 취했다.

분단 이전까지 주민들이 금강산까지 걸어서 소풍을 다녀왔던 이 길은 이 가을에도 북한의 내금강부터 시작된 수입천과 단풍길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에 참가자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러나 절경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가려 했던 참가자들은 길가의 지뢰 경고 표지판과 철조망에 막히자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비득고개로부터 6㎞가량 지난 하야교 지점에서 삼거리와 마주친 뒤 다시 큰길을 따라 목적지인 두타연으로 향했다.

사람의 발길이 적은 오솔길이 진짜 금강산 가는 길이다.

현재는 큰 철조망에 가로막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친구들과 통제선 앞에서 사진을 찍던 이경숙(58·경북 구미)씨는 "1년에 한 번 와볼 수 있는 이 길에서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며 "철조망이 열리는 날 이곳 오솔길 따라 금강산까지 걷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금강산 가는 옛길은 6·25전쟁 이후 50여 년 동안 민간인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날 금강산 가던 옛길을 걸은 참가자들은 가을의 한가운데서 수입천의 맑은 물줄기와 타오르는 단풍, 파란 하늘에 흠뻑 취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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