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홍콩 부동산시장 심상치 않다…거래 줄고 가격 하락(종합)
부동산 업체 "집값 30% 할인"에 기존 구매자들 반발 시위
홍콩 부동산 가격, 1년 전보다 최대 15% 하락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과 홍콩 부동산 시장이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 신규주택 할인판매 등 심상치 않은 냉각 조짐을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통상 9월과 10월은 중국에서 주택 판매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성수기지만 올해에는 주택 판매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할인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경절 연휴(10월 1∼7일) 기간에 중국에서는 반발 시위가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주 중국 동부 장시(江西) 성 상라오(上饒) 시에서는 '신저우(Xinzhou) 맨션'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을 공급한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 사무실을 성난 시위자들이 습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업체가 신규 주택 구매자들에게 최대 30%의 할인 판매율을 제시하자, 기존에 제값을 주고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분노해 시위를 벌인 것이다.
상하이 교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원(One) 맨션' 프로젝트로 공급한 주택의 가격을 25%나 낮춰 신규 구매자들에게 제시하자, 성난 기존 구매자들이 사무실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오리엔탈 증권의 샤오 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은 중국 도시 가구 총자산의 70%가량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부와 지위를 상징한다"면서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너무 빨리 떨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0년대 이후 급등세를 나타냈다.
베이징의 평균 주택가격은 2003년 ㎡당 4천위안(약 66만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당 6만위안(약 99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샤오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익숙해져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택 구매자의 시위가 발생한 상라오 시의 지난달 주택 거래는 8월보다 22% 줄었으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8% 감소했다.
상하이 시의 지난달 주택 판매 가격은 8월보다 3%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4% 하락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실한 주택 시공이 구매자들의 시위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인 장다웨이는 "올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자금 부족에 시달렸고, 그로 인해 주택 시공업체들도 자금난을 겪었다"며 이러한 자금난으로 인한 부실시공이 앞으로 주택 구매자들의 분노와 시위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을 '자랑'하는 홍콩에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의 조짐은 뚜렷하다.
가오룽완 지역의 7.9평형 아파트는 최근 433만홍콩달러(약 6억2천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일주일 전 거래가보다 8.8% 떨어진 가격이다. 1년 전보다는 16%나 하락했다.
홍콩 고급주택가인 해피밸리 인근 지역의 48평형 주택은 11년 전보다도 낮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이 집주인이 2007년 4천860만홍콩달러(약 70억원)에 산 이 주택은 최근 4천600만홍콩달러(약 66억원)에 팔렸다. 이 거래가는 당초 집주인인 제시한 것보다 12%나 낮다.
홍콩의 오피스빌딩 시장도 침체하긴 마찬가지다.
홍콩 도심에 있는 '더 센터' 빌딩의 한 개 층은 최근 11억홍콩달러(약 1천600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지난 5월 매매협상 개시 당시 제시됐던 것보다 20%나 낮은 가격이다.
부동산 기업 센터라인에 따르면 홍콩 섬의 주택가격은 지난 3개월 동안 2% 하락했으며, 신계 지역은 2.55% 떨어졌다. 서부 신계 지역의 일부 주택은 최대 15% 하락했다.
홍콩이공대의 에디 후이 교수는 "점점 더 많은 주택 소유자가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의 초기 현상"이라며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내년 1분기 부동산 시장은 더욱 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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