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숨기고 성매매한 지적장애 여성 2심도 '집유'

입력 2018-10-12 11:35
에이즈 감염 숨기고 성매매한 지적장애 여성 2심도 '집유'

법원, "성매매 강요당한 피해자" 피고인 주장 안 받아들여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여러 남성과 성매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2심에서 1심과 같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 여성은 항소심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12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성매매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6·여)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A씨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또 A씨와 성매매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남자친구 B(28)씨에 대해 원심 형량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하고, 공범 C(27)씨는 원심(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쟁점은 지적장애 2급인 A씨가 B, C씨의 강요로 성매매를 했는지였다.

A씨는 1심에서 변호인을 통해 에이즈 감염을 숨긴 것은 인정하지만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 내용 등에 비춰보면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성매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방적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피해자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C씨는 누범 기간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자인 A씨는 지난해 8월 14일 부산의 한 모텔에서 인터넷 채팅 앱을 통해 남성과 만나 8만원을 받고 성관계하는 등 여러 남성과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C씨 집에서 같이 살면서 생활비를 벌려고 성매매에 내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성매매를 알선했고, C씨는 생활비를 내놓으라며 A씨에게 성매매를 요구한 정황도 나왔다.

A씨는 10대 시절인 2010년에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여러 남성과 성매매를 하다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다.

앞서 1심은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성매매 상대 남성이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고 엄한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며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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