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나 울먹인 제주 강정마을회장 "해군기지 갈등에 울컥"
마을회, 간담회 계기 명예회복·마을화합 기대감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10년 넘게 갈등으로 고생한 마을 주민, 우리 이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울컥해 눈물이 났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강희봉 회장은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날 진행된 간담회에서 갑자기 울먹인 이유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는 "행복은 국민의 기본권인데 우리 마을만 그렇지 못해왔다.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갈등 지역을 직접 찾아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은 대통령과의 대화의 시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10여년 갈등과 고통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있겠느냐며 이번이 화합과 상생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마을 주민의 사면 등 명예회복과 국가 차원의 지역공동체 지원사업 확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제주해군기지 확장 시 마을회와 사전 협의하도록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마을회는 총회에서 해군의 국제관함식 개최에 동의했으나 이러한 요구들을 들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로 했었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에 대한 정부 조사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공식적인 유감 표명이 뒤따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민의 명예회복 등도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 회장은 "기지 반대 주민들도 표현의 자유가 있고 마을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기지 건설로 갈라진 마을 공동체가 다시 화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선 강 회장과 박형권 강정마을 부회장, 박세범 노인회장, 양홍찬 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등이 대통령과 직접 질문을 주고받았다.
중문관광단지 동쪽에 있는 강정마을은 예로부터 농업과 어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소규모 농어촌 마을이다. 사시사철 따뜻한 기온과 용천수로 화훼와 감귤을 많이 재배했다.
그러나 2007년 5월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되면서 건설을 둘러싼 마을 주민들의 찬반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11년간 건설 반대 시위를 하다 연행된 주민과 활동가만 연인원 7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부과된 벌금만 지난해 기준 392건에 3억7천970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민 간 찬성과 반대 의견이 격렬히 부딪히면서 마을 공동체도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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