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독일의 2차대전 배상문제…그리스와 논의 관측(종합)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그리스 방문…나치 잔학행위 사죄
그리스, 독일 점령 당시 피해 보상 요구…폴란드도 요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3년이 지났지만, 일부 국가에서 전범국인 독일을 상대로 한 피해 배상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리스에 대한 배상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dpa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나치의 차이다리 강제수용소 방문을 시작으로 그리스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아테네 인근에 있는 차이다리 수용소는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에 의해 운영된 곳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차이다리 강제수용소에서 "독일 점령 하에 상상할 수 없는 잔학행위가 이뤄졌다"며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사죄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 이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슈타인마이어와 함께 그리스를 찾은 그레고르 기시 의원은 "독일 정부는 나치가 대출해 간 돈에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며 "독일은 대출을 갚고 이자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치는 2차 대전 당시 그리스 은행에서 강제로 상당한 자금을 대출해갔다.
또한, 그리스 정부가 추산한 2차 대전 피해의 배상금 규모는 3천320억 유로(약 438조7천억원)에 달한다.
독일이 그리스를 점령했던 1941년∼1944년 그리스인 수만 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콤메노와 칼라브리타, 디스토모 지역에선 독일군에 의한 대규모 양민학살이 자행됐다. 또한, 그리스에 거주하던 유대인 7만 명은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이 기간에 그리스 산업과 도로의 절반이 파괴되는 등 그리스 경제는 파탄났다.
치프라스 총리 등은 채무위기 과정에서 독일 측이 구제금융의 조건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나치 피해 배상금을 요구하는 등 그리스 정치권에서는 독일 측을 상대로 배상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했던 폴란드도 올해 초 독일로부터 받아야 할 배상금을 8천500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의회는 지난해 9월 독일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집권여당인 법과 정의당(PIS) 주도로 배상금 평가팀을 만들어 이 같은 금액을 산출했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300만 명의 유대인을 포함해 600만 명의 폴란드 시민이 숨졌고, 수도인 바르샤바는 폐허가 됐다.
기본적으로 독일 정부는 그리스와 폴란드에 대해 배상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정부는 그리스에 이미 1960년 1억1천500만 마르크를 지불해 배상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폴란드와도 1953년 양국이 맺은 협정에 따라 전쟁 배상금 문제가 해결돼 폴란드 측이 더 이상 배상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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