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부모에 공갈' 前국가대표 볼링 감독 2심도 집행유예
일부 혐의만 유죄…법원 "선수 스카우트비로 돈 갈취해 죄질 좋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볼링계에서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볼링 국가대표 감독이 항소심에서도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안동범 부장판사)는 11일 공갈·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볼링 감독 강모(65)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위한 평가전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조작해 상위권 선수들을 탈락시키고 다른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발되도록 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강씨는 상위권 선수들에게 지도자 점수 0점을 부여했고, 그 덕분에 순위가 올라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연금 등 혜택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일정한)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다"며 국가대표 선발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그만둔 뒤 실업팀 감독이나 선수 부모 등에게 "생활비가 없는데 빌려주면 바로 갚겠다"며 8천만원을 받은 혐의, 선수에게 소속팀을 옮길 것을 강요한 혐의 등도 무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강씨가 변제하지 못할 위험성을 예상할 수 있었고, 강씨의 지시를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강씨가 볼링계에서 갖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선수의 부모로부터 스카우트비 2천만원을 가로챈 혐의(공갈)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비록 강씨가 명시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위에 의해 피해자들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던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단순히 청탁 의도로 돈 줬다고만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선 "스카우트비로 돈을 갈취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유죄 부분에 대한 원심 형량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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