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플랫폼·군중…삼중혁명 시대가 온다

입력 2018-10-10 16:03
기계·플랫폼·군중…삼중혁명 시대가 온다

4차산업 시대의 길찾기…신간 '머신·플랫폼·크라우드'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1.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는 지난 2015년 10월 무려 62년간 '킬러 콘텐츠'였던 여성 나체 사진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주 독자층인 남성들이 여성 누드에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도록 생물학적 본능에 변화가 일어난 걸까.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보이' 역시 다른 출판 매체처럼 잡지 자체 판매보다 소셜 미디어 트래픽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점에 있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누드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

#2. 2천500년 전 탄생한 바둑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신 유희이자 전략 게임이다. 표준 바둑판에 놓을 수 있는 돌은 경우의 수가 우주에 있는 원자 숫자보다 많다는 학설도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2014년 인간 바둑 기사를 넘어설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할 때에만 해도 이런 바둑의 특성 때문에 AI가 인간을 꺾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불과 2년만인 2016년 3월 당대 최고 바둑 명인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 AI 바둑 기사 '알파고' 대국은 인류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4 대 1로 무참하게 짓밟은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인 앤드루 맥아피와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디지널비스니스센터장인 에릭 브린욜프슨이 함께 펴낸 신간 '머신·플랫폼·크라우드(부제 : 트리플 레볼루션의 시대가 온다)'는 이러한 사례들을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기업들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해를 돕는다.

책은 이제 기존 산업 패러다임이 과거 역사의 유물이 돼버렸음을 강변한다.

예컨대 세계 최대 택시 회사인 '우버'는 자동차를 한 대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든다. 또 세계 최대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역설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꺼내 든 세 가지 키워드가 바로 기계, 플랫폼, 군중이다.

급속하게 발달하고 진화하는 '기계' 능력은 인간 챔피언을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른 '알파고'로 대표된다.

또 코닥과 같은 전통적 제조기업 몰락과 비슷한 시기에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전통 기업 대표주자 중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015년 신제품 제빙기 판촉을 위해 전통적 마케팅 방식 대신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커뮤니티인 '인디고고'를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 이는 온라인 '군중'을 이용한 마케팅 모범 사례라고 책은 설명한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부문에서 세계 거인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도 거론된다. 다만 이 책에서 삼성 스마트폰은 모범 사례로 거론되진 않았다.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나면서 판매량과 이윤이 점차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차지하지 못한 이윤은 플랫폼 제공자에 돌아갔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2015년 세계 스마트폰 관련 이윤 91%를 플랫폼 구축에 성공한 애플이 점유했다는 통계(추정치)도 제시했다.

책은 발간과 함께 미국 주요 언론과 경제계, 출판가로부터 주목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등이 추천도서로 선정했고,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서평에서 "인류의 힘과 기술을 어떻게 융합할지 로드맵을 찾는 정책 결정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변화의 물결을 잘 타는 방법은 풍랑에 휩쓸릴 순간을 견디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 책은 그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청림출판 펴냄. 이한음 옮김. 456쪽·1만8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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