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무슨 대학을 가"…차별 여전한 日, 남녀 진학률 '격차'

입력 2018-10-10 11:48
"여자가 무슨 대학을 가"…차별 여전한 日, 남녀 진학률 '격차'

47개 광역지자체 중 45곳, 男이 女보다 대학진학률 높아

남성 중심 직장 문화·여성이 가사 전담 사회 분위기 '만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대부분의 광역 지자체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여자가 무슨 대학 진학이냐'는 식의 편견이 사회 전반에 남아있는 데다, '가사=여성 몫'이라는 편견 때문에 여성의 사회 진출 수준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아사히신문이 전국 4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년도 여성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곳은 2개 지역을 제외한 45곳이나 됐다.

전국적으로 여성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0.1%로 남성의 56.3%보다 6.2%포인트나 낮았다.



여성이 진학률이 더 높은 경우는 도쿄도(여성 73.2%·남성 72.2%)와 도쿠시마현(德島·여성 47.3%·남성 45.3%) 뿐이었고 야마나시(山梨)현이나 홋카이도(北海道)는 남성의 진학률이 여성보다 각각 15.7%포인트, 12.0%포인트나 높았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경우는 선진국들 사이에서 극히 드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33개국 중 남성이 여성보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경우는 일본을 포함한 3개국 뿐이었다.

한국만 해도 작년 여성의 대학진학률(통계청의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72.7%로 남성보다 7.4% 포인트 높다.

아사히는 이처럼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로 아직도 지방에서는 '딸은 무리해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5년 '베넷세 교육종합연구소'가 미취학 아동을 둔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들의 '4년제 대학 졸업'을 기대하는 경우는 79.9%였지만, 딸에 대해서는 66.9%만 같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후쿠오카(福岡)시의 철도회사인 니시니혼(西日本)철도의 경우 지난 6월 '신이시여, 딸이 희망하는 대학이 후쿠오카현 안에 있게 되기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냈다가 '남녀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다른 요인으로는 남성 중심의 직장 문화와 가사·육아를 여성이 전담하는 사회 분위기가 꼽힌다.

대학을 졸업한 뒤 벌어들이는 수익을 뜻하는 '고등교육의 사적수익'에서 여성은 남성의 1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런 비율은 OECD국가 중 일본이 단연 꼴찌다.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출산 후 재취업이 힘든 환경 때문에 안정된 직장에 다니길 포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낮은 여성 대학진학률로 이어졌다.

사회학자인 야마구치 가즈오(山口一男)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여성은 학력과 근속연수가 남성과 동등해도 지위와 임금이 올라가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낮다"며 "이 때문에 교육에 투자하려는 동기가 약해지며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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