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당국 "외국 구호단체, 지진 피해현장 떠나라"(종합)
내년 4월 총·대선 앞두고 '주권침해 논란' 경계한 듯
사망자수 2천45명으로 소폭 증가…수색작업 내일 종료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피해현장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인도네시아 당국이 즉각 철수를 지시했다.
10일 트리뷴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전날 공지를 통해 해외 비정부기구(NGO) 소속의 외국인은 재난 현장에서 어떠한 활동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2004년 수마트라 섬 아체 대지진 당시와 달리 지금은 숙련된 재난대응 체계가 갖춰져 있다"면서 "국제구호는 보조적 역할이지 주가 될 수 없는 만큼 꼭 필요한 것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BNPB는 이와 관련해 해외 NGO들에 재난 현장에 있는 구호요원을 즉각 철수시킬 것을 당부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구매하거나 자국에서 들여온 구호물자의 경우에도 관련 당국에 신고한 뒤 인도네시아 적십자 등을 통해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수토포 대변인은 "(해외 NGO의) 모든 활동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대 피해지역인 중앙 술라웨시 주 팔루와 주변 지역에선 프랑스와 독일, 한국 등 각국 구호단체가 매몰자 수색과 구조, 구호품 전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독자적 구호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관련 당국은 이 지역에 대한 외국인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팔루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민국이 공항에서 외국인 진입을 단속하고 있다. 심지어 어제(9일)는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 파견된 외국 군용기 승무원으로 보이는 서양인 4명도 공항을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교회 등과 공조해 활동하는 한국 구호단체들조차도 엄격한 검사를 거치고서야 팔루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의 구호제안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데는 내년 4월로 다가온 총·대선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외국인 구호대의 자국내 활동은 주권 침해 요소가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술라웨시 섬 중부에선 지난달 28일 오후 6시께 규모 7.5의 강한 지진과 높은 쓰나미가 일어나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쓰나미 높이가 최고 11.3m에 이르렀으며 내륙으로 460여m까지 밀고 들어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BNPB는 10일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의 수가 2천4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상자는 1만679명, 실종자는 671명이다.
그러나 지하수가 올라와 지표면이 물러지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땅에 삼켜진 마을이 세 곳에 달하는 만큼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토포 대변인은 팔루 외곽 발라로아, 페토보, 조노 오게 등 3개 마을에서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주택 4천 채가 매몰됐고, 최소 5천 명의 주민이 행방불명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재난 당국은 오는 11일 수색을 종료할 계획이다. 발라로아와 페토보 등 지역은 지반 불안정 등 문제 때문에 거주지역으로 재건하지 않고 추모공원 등으로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