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래·파도리·꽃지' 고운 우리말 해수욕장 즐비한 태안
통모양 갯벌 '통개' 누에치던 '꾸지나무골' 등 예쁜 이름 서해안 따라 줄지어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바람아래 해수욕장을 아십니까."
충남 태안군의 태안반도와 안면도에는 고운 우리말을 간직한 해수욕장이 적지 않다.
정식으로 등록된 29개 해수욕장 가운데 꾸지나무골, 구름포, 곰섬. 갈음이, 통개, 파도리, 어은돌. 방주골, 두여, 밧개, 꽃지, 바람아래 해수욕장 등은 지명만 들어도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우리말이 남아있다.
고남면 장곡리 안면도 끝자락에 있는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예로부터 '바람이 많은 곳'이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적한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태안반도 가장 북쪽인 이원면에 있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곳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뽕잎 대용인 꾸지나무 잎으로 누에를 치던 곳이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으며 작고 아담한 백사장과 푸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바다 낚시터로 이용되는 갯바위도 있다.
파도 소리가 아름답고 예쁘게 들린다는 파도리 해수욕장은 소원면에 있는 조용한 바닷가로 작은 돌들이 깔려 있다.
소원면 어은돌 해수욕장은 해변 바로 앞에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바위섬이 이채롭다.
한폭의 동양화 같은 어촌마을 해수욕장으로 연인과 함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적지로 꼽힌다.
이밖에 통모양의 갯벌이 있어 이름 붙여진 '통개' 해수욕장(소원면), 소금인 자염을 굽던 터가 있어서 붙여진 '밧개' 해수욕장(안면읍), 새로 만든 염전 터가 있다는 '샛별(새벗)' 해수욕장(안면읍), 해당화가 천지에 피는 곳이라는 '꽃지' 해수욕장(안면읍) 등 고운 우리말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태안문화원 정지수 사무국장은 8일 "태안 바닷가에는 전통방식으로 구워서 소금을 만드는 곳이라는 '벗'이나 '밧' 지명이 들어가는 등 우리 말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며 "곱고 예쁜 우리말 지명이 점차 사라지는 요즘 지자체들이 앞장서 예전 지명을 되살리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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