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詩로 알린 김준태 시집 '광주로 가는길' 日서 출간

입력 2018-10-09 06:11
'5·18 광주' 詩로 알린 김준태 시집 '광주로 가는길' 日서 출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80년대 계엄군 검열과 탄압이 극심했던 시절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시(詩)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린 김준태(70) 시인의 시가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일본 출판사 후바이샤(風媒社)는 9일 김준태 시인의 시집 '광주로 가는길'(光州へ行く道)을 일본에서 최근 출간했다고 밝혔다.

시집에 실린 시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일본어로 번역했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고교교사였던 그는 1980년 6월 광주일보 전신인 전남매일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의 일부를 게재했다가 군부에 의해 해직당한 뒤 투옥돼 고초를 겪었다.



일본어 시집 출간은 김 시인이 작년 10월 일본 도쿄(東京)의 주오(中央)대에서 한일 양국 문학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출판사 측이 그의 시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사됐다.

시집은 ▲ 아아 광주여 ▲ 새들의 노래 ▲ 희망과 진실 ▲ 5월에서 통일 등 4부로 나뉘어 있다.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참깨를 털면서',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등 70편의 시와 작년 주오대 심포지엄에서 했던 강연 기록, 김정훈 교수의 해설이 실렸다.

김준태 시인은 서문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징용과 징병으로 일본 제국주의 전쟁터로 끌려간 비극적인 이력을 알리며 "시인은 총(銃)을 꽃으로 만들고 총칼을 녹여 농구(農具)를 만드는 사람으로 애써 생각하면서 문학과 행동을 전개해왔다"고 적었다.

시인은 교사로 복직한 뒤 교단을 떠나 언론계에 투신, 전남일보와 광주매일에서 문화부장, 경제국장 겸 부국장으로 일했다.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작품활동도 왕성히 해 올해도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밭詩, 강낭콩'을 잇따라 펴냈다.

일본어 번역을 맡은 김정훈 교수는 "일본 독자들이 김준태 시인 시집을 통해 당시 광주상황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쟁의 비극, 생명 존중, 평화의 중요성, 5월에서 통일로'를 강조하는 김준태 문학이 보편적 가치로 일본에서 뿌리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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