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국보법 사건 법정공방…"마녀사냥" vs "실정법 위반"
北프로그램 납품업자, 군사기밀 유출 혐의…"검찰이 간첩으로 조작"
검찰 "이데올로기 사건 아냐…경제적 이익 때문에 법 위반"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대북사업가가 법정에서 "공안 검찰이 중세시대 마녀사냥처럼 간첩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면인식 기술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검찰 기소를 비판했다.
김씨는 "검찰과 경찰은 중국 국민을 아무 근거 없이 대북 공작원으로 둔갑시켰고, 안보를 빙자해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 "방위사업청에 군사기밀인지 최소한 확인도 하지 않고 '군사기밀 유출'이라고 대대적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사이버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전쟁 수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씨는 그러면서 "저 같은 영세사업자가 보낸 개발비가 북한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의 사업도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안조직은 간첩을 잡는다거나 공공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민간인을 괴롭히고 어떻게든 협박해서 대북정보를 '삥' 뜯으려는 비열한 조직"이란 말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의 변호인도 "이 사건은 반세기 넘는 기간 냉전과 불신이 뒤덮인 한반도에 봄이 오는 시점에 진행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무죄이고 오히려 국보법의 피해자라는 걸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측의 이런 주장에 검찰은 "이 사건은 이데올로기나 이념형 사건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 안전을 도외시한 실정법 위반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김씨 측이 증거 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김씨와 소속 회사 부회장인 이모씨는 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속여 국내에 판매하고 북한에 86만 달러(약 9억6천만원) 상당의 개발비를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이 재판에 넘긴 첫 국보법 위반 사범이다.
이들은 북한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악성 코드가 깔린 사실을 확인한 직원들의 보고를 묵살한 채 프로그램 설치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해안복합감시시스템·GOP과학화경계시스템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남한 내 군사보안 장비의 제원 등을 북한에 넘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기구인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에서 투쟁 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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