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으로 달려가는 美, 러시아 끌어안는 北…막 오른 '장외게임'

입력 2018-10-08 11:53
中으로 달려가는 美, 러시아 끌어안는 北…막 오른 '장외게임'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협상력 끌어올리기…'우군화' 주력

美, '평화협정' 카드로 중국 다독이기…北, '북중러 3자' 되살리기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끝나자 북한과 미국이 곧바로 '장외(場外) 외교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번 방북이 꽉 막힌 교착국면에 출구를 마련하는 '진전'을 가져온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앞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최종 고지'를 앞둔 시점에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양측의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핵화 협상과 '동전의 앞뒷면' 격인 평화체제 구축은 북미 양자의 틀 만으로는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속에서 과거 6자회담 참여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을 제각기 '우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눈여겨볼 대목은 폼페이오 장관의 8일 베이징(北京)행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방중한 지 4개월만이다. 특히 과거 세 차례 방북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오후 중국에 도착한 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략적 끌어안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현재 미·중 관계는 무역과 안보의 양대 전선에서 모두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동북아 역내 현안을 놓고 '협조체제'를 구축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북 레버리지를 가진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자승자박'의 처지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상대로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관여를 시도해야 하는 국면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5일 첫 순방지인 일본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에 중국이 참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이를 새롭게 거론한 것은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중국은 북미대화 초기에 평화협정의 예비수순 격인 종전선언에 참여하려다가 미국의 반대와 무역전쟁 여파로 무산됐고, 이후 북핵을 주제로 한 미중간 협력은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사령탑이 '평화협정에는 중국을 참여시키겠다'고 언급한 것은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당초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뒤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걸림돌인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평화협정에 끼워주겠다는 당근으로 무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금이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 국면이라는 미국 행정부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중국을 어떤 식으로든 다독이고 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웨이(達巍)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장은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전반적인 미중 관계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신경을 쓰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라는 '구두선'을 넘어서는 '실질적 화답'을 하고 나올지는 미지수다. 장기화하는 무역전쟁에서 열세에 몰린 중국으로서는 확실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대중(對中) 접근에 맞서 북한은 과거 전통적 동북아 역학의 한 축인 '북중러' 3자 틀을 추스르는데 주력하고 있다.

북미협상의 실무총책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주 중국 방문에 이어 다음 주 초까지 모스크바에 머물며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의 북러 양자회담(8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동참하는 북중러 3자회담(9일)을 잇따라 열 계획이다.

최 부상은 특히 이번 북중러 3자회담을 위해 7일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과 최 부상의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참석하는 북미회담에도 빠질 정도로 '북중러 3자 협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점에 맞춰 북미 협상 책임자인 최 부상을 보란 듯이 중국과 러시아로 보낸 것은 앞으로 있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뒤에는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란 두 강국이 버티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자 미국과 각각 '무역전쟁', '제재 전쟁'으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 밀접한 공조를 통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대북압박을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공조'에 맞서는 개념인 북중러 3자 협력은 북미가 대화를 시작한 초기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이 좀처럼 유엔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북한으로서는 과거의 '우군'을 다시 찾아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제재질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도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북중러 3국은 나란히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이전까지 강력한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부당한 것으로 비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모스크바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북미가 주도하는 한반도 논의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는 상황에서 최 부상의 방러는 북미간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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