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서삼릉·서오릉 나들이

입력 2018-10-08 15:08
[길따라 멋따라]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서삼릉·서오릉 나들이



(고양=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고대 이집트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우리에게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 조선시대 왕릉들이 수도권에 산재해 있다.

단순한 무덤 몇 개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방문해보면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된다.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서오릉은 대표적인 왕릉이다.

서오릉은 창릉. 익릉, 명릉, 경릉, 홍릉 등 5기의 왕릉이 자리 잡고 있다.

왕과 왕후의 무덤은 릉(陵)이라 한다. 왕세자와 그의 비 등을 일컫는 묘는 원(園)이라 불린다.



이 원칙은 아주 엄격하다.

임금 자리에서 쫓겨나서 죽은 자의 무덤은 묘라 불린다.

대표적인 게 광해군과 연산군의 묘다.

광해군의 묘는 경기도 남양주 진건읍에 있고, 연산군의 묘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다.

5개의 왕릉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로 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禧嬪張氏)의 대빈묘(大嬪墓)다.

일반인의 무덤은 묘라 한다. 즉 장희빈의 묘다.



이곳이 사색에 잠기기 쉬운 좋은 장소임을 알아차리기엔 몇 발자국 걸리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를 지나니 왕들을 모신 덕분인지 잘 정비된 숲길은 고즈넉했다.

잡초 하나 나지 않은 길에는 툭툭 밤과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곳곳에는 도토리와 밤이 떨어져 있다.



고요한 서오릉은 단 몇 시간에 돌아보기가 벅찰 만큼 크다. 면적이 182만9천여㎡나 된다.

서오릉 인근에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데, 평일에도 차량과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서오릉을 찾는 이는 많지 않고 식사나 차를 들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오릉보다 규모가 살짝 더 작은 덕양구 원당동의 서삼릉도 함께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서삼릉은 우선 들어서는 길이 좀 더 운치가 있다.

포플러나무가 높다랗게 서 있는 길을 지나면 한국마사회 종마 목장도 있어 함께 방문해볼 만하다.

서삼릉은 서오릉보다 일반에 공개된 무덤의 숫자와 면적이 작다.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희릉과 철종과 왕후를 모신 예릉이 있다.

이밖에 조선 역대 후궁과 대군 등의 묘 45기가 있지만 일반에 공개된 곳은 희릉과 예릉뿐이어서 규모가 더 작게 여겨진다.

도시 개발에 밀려 실제 크기가 쪼그라들었다.

1960년대 초반 333만㎡를 넘던 면적은 골프장과 목장 등으로 갈라지고 줄어 24만여㎡만 남았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서삼릉으로 접어드는 길 초입에 광개토대왕릉비와 똑같은 비석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해 온 한 사업가가 수년 전 직접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릉을 방문해 실제와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제작해 한국으로 들여왔다.



광개토대왕릉비 뒤쪽으로 들어서니 각종 장류가 가득한 장독 수백 개가 자리 잡고 있다.

주인장은 다음 달 6일 광개토대왕 추모제를 연다. 올해로 14년째라고 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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