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레지스탕스 소녀' 소니아 오버치 미국서 별세

입력 2018-10-08 09:57
폴란드 '레지스탕스 소녀' 소니아 오버치 미국서 별세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나치 독일에 저항했던 '레지스탕스 소녀' 소니아 오버치가 미국에서 별세했다고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93세.

유족과 지인들은 오버치가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 주 코르테마데라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폴란드 동부 루봄에서 태어난 고인은 16살이던 1941년 나치 독일이 마을을 점령하고 유대인을 학살하기 시작하자 가족과 고향을 떠났다.

인근 숲에 숨어 혹독한 겨울을 지낸 일가족은 이듬해 봄, 소련군 병사들과 민간인들로 구성된 한 레지스탕스 조직에 가담해 열차공격, 매복공격, 초소습격 등 독일군에 대한 저항운동에 나섰다.

유대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다른 구성원들을 설득해 이 조직에 들어갔으며, 자신의 본명인 새라 쉐인월드가 지나치게 유대식으로 들린다는 지적에 러시아식인 소니아로 개명했다.





고인은 매복공격에 나설 때 2개의 수류탄을 지녔다. 하나는 독일군 공격을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붙잡혔을 때 자폭하기 위한 용도였다.

그는 훗날 "어느 날 갑자기, 나는 폭탄이 무서워지지 않았다. 대신, 도망치는 게 두려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독일군이 유럽 동부전선에서 철수한 후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인구 8천 명이었던 마을은 겨우 50여명이 남은 '유령도시'로 변해 있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그는 폴란드군 장교 출신인 이삭 오버치와 결혼했고, 194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뉴욕에서 부동산사업을 하던 남편이 파킨슨씨병에 걸리자 그는 남편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건너와 남편의 병간호에 전념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10년 후인 2009년 오버치는 '사라는 없다(Here There are No Sarahs)'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썼다. 동시에 자신이 겪었던 2차대전에 대해 강연하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의 잔혹상을 알렸다.

그의 오랜 친구였던 프레드 로젠바움은 "그녀의 강연은 특히 그녀가 레지스탕스에 들어갔을 때와 같은 또래인 10대 청소년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폴 오버치는 "어머니는 늘 잘못된 것, 정의롭지 않은 것, 반(反)유대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기렸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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