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은 남녀결합' 개헌 찬반 루마니아 국민투표 무효

입력 2018-10-08 08:54
'혼인은 남녀결합' 개헌 찬반 루마니아 국민투표 무효

유효 최저투표율 미달…헌법상 부부 개념 '배우자 결합→남녀결합' 수정

인권단체 "성 소수자 차별" 비판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루마니아에서 혼인의 정의를 '이성 결합'으로 바꾸는 헌법개정을 놓고 실시된 국민투표가 유효투표율 미달로 무효처리됐다.



루마니아 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6~7일(현지시간) 치러진 개헌 찬반 국민투표에서 유효투표율이 20.4%로 집계돼 유효한 최소투표율 30%에 미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부부 개념을 '배우자 사이 결합'에서 '남녀결합'으로 고치는 개헌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이성의 결합으로, 가족을 이성 부부에서 비롯된 혈연관계로 명시하는 것이다.

루마니아 사회의 뿌리 깊은 기독교(정교회) 전통에서 나온 요구다. 300만명이 개헌 청원에서 서명했다. 국민 대다수가 신도인 루마니아 정교회는 개헌안을 지지했다.

루마니아는 2001년에서야 동성애자들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매우보수적인 국가로 여겨진다.

하지만 성 소수자 단체는 개헌안이 통과하면 동성 결혼 합법화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성 소수자 혐오가 심해질 것이라고 개헌안에 반대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가 기본권을 침해하고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난달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각각 루마니아와 벨기에 국적의 남성 커플이 이성 부부 가정과 동일한 권리를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집권 사회민주당(PSD)에 대한 신임 투표로 여겨졌다. 사민당 정부가 반부패 정책 후퇴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 지지율을 다지려는 의도로 이번 개헌 추진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비오리카 던칠러 루마니아 총리는 4일 의회에서 "이번 개헌안은 (성) 소수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가족의 개념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루마니아인의 양심에 강력하게 공명(共鳴)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루마니아 바베시 보여이 대학교 정치학 교수 세르지우 미스코이우는 "많은 시민이 개헌안 추진을 사민당과 연관 지어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것을 보이콧했다. 정부에 커다란 타격이다"라고 평가했다.

유럽의회 의원 47명도 이번 개헌안이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한부모 가정, 비혼 가정, 조손 가정 자녀는 사회적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서한을 던칠러 총리에게 발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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