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입구 연 폼페이오 평양담판…비핵화-종전선언 퍼즐 맞췄나
북미, 2차정상회담 조기 개최 공감 속 '빅딜' 교감에 진전 관측
빨라진 핵담판 시계…北 '+α' 에 따라 연내 종전선언 가시권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4차 방북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북미 빅딜을 향한 '입구'를 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평양행으로 그동안 교착상태를 이어온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정상궤도에 다시 진입, 급물살을 타는 한편, 북미 정상 간 2차 핵 담판의 조기 성사도 한층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정상회담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평양 담판'이 이후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배를 가르는 1차 분수령으로 관심을 모아왔다는 점에서 논의에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졌는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평양에서 마주한 약 '3시간 30분' 동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열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비핵화 논의에 일정 부분 진척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을 마치고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오늘 북한 방문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6∼7일 3차 평양행 당시 '빈손 방북' 논란에 휩싸였던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이번 4차 방북 역시 '실패'로 돌아갈 경우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중대 기로를 맞게 됨은 물론 미국 국내적으로도 거센 역풍에 직면하게 돼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재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 논의에 있어 얼마나 진도를 냈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폐쇄,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 시설 영구폐기 등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 외에 '플러스알파(+α)'로 무엇을 내놨는지, 그에 대해 미국은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들과 이에 대한 반대급부인 종전선언 등이 테이블에 올랐음을 내비쳤다.
비핵화 조치로는 영변 핵시설 폐기의 구체적 조치, 즉 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의 폐쇄, 그리고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의 방북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사찰 및 검증 문제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 방문에서 미사일, 생화학무기 문제 등을 제기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북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무기 등의 일부 선(先) 폐기 및 핵 신고 일정에 대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었는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이 '선(先) 핵 리스트 제출'과 '선(先) 종전선고' 요구로 맞서 온 가운데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핵 리스트 제출 요구를 일단 뒤로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중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지도 관심을 끈다.
양측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앞서 제재완화 공세와 대북 추가 독자제재 단행 등으로 기 싸움을 벌인 상황에서 제재 문제도 거론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이 그동안 '비핵화 전 제재 유지'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당장 논의에 진척이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북미가 이번 '평양 담판'에서 비핵화 실행조치와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퍼즐 맞추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느냐에 따라 이후 프로세스의 속도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이 이번에 언급했을 비핵화 조치에 대해 그 진정성을 인정했다면 연내 종전선언도 그만큼 가시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다만 국무부 관리가 이번 방북 성과에 대해 "지난번보다 좋았지만 '장기전'(a long haul)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폼페이오 장관 스스로 "아직은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다"고 밝힌 만큼, 빅딜과 관련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물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에 앞서 "우리는 빨리하고 싶지만, 시간 게임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거둔 바 있다.
전례 없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비핵화 협상의 특성상 결국 빅딜의 내용에 대한 최종 결단은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 자리에서 이뤄질 정상 간의 몫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미가 이번에 2차 북미정상회담의 얼개도 어느 정도 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핵담판 시간표도 한층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후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 기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대강의 시기와 장소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고 내다본 바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일정 등을 감안해 중간선거 이후 제3국에서 회담이 열리는 방안에 무게가 실려 왔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 10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언급했었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라고 언급, 중간선거 전으로 앞당겨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이 이날 폼페이오 장관에게 약속한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눈높이를 어느 정도 충족했느냐 여부도 회담 시기를 앞당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간선거(11월6일)를 목전에 두고 있어 가시적 비핵화 진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열 경우 정치적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플러스알파'에 대한 북한의 '확약'으로 성과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중간선거 전이라도 담판 무대를 열어 선거에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장소와 날짜는 서로 연동된 문제여서 시기에 따라 장소도 달라질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행계획 수립과 이날 기틀을 닦은 비핵화 논의의 후속 협상을 이어갈 실무채널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미국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북한측 카운터파트로 점쳐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두 사람의 평양 조우는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오스트리아 빈 채널이 조만간 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미북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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