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견제' 아프리카에 열올리는 日, 도쿄서 50개국 장관불러 회의
아프리카서 중국 영향력 확대 경계…'중국의 채무함정 주의' 강조
中,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 '공세'…'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아프리카 50개국의 외교 장관을 일본 도쿄(東京)로 불러 국제회의를 열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6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의 각료회의를 개최 중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거액의 경제 원조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일본의 존재감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이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은 '중국에 의한 채무 함정'이다.
중국으로부터 과도한 투자를 받은 국가 중 거액의 채무 감당하지 못해 인프라의 사용권을 중국에 양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와 관련한 주의를 환기하겠다는 의도다.
전날 회의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해 건전한 채무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국제원조는 원조를 받는 국가의 채무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본이 중시하고 있는 질 높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 경제의 성장을 후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스리랑카의 경우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진 빚을 갚지 못해 1999년 항구 운영권을 양도했고, 동아프리카 지부티는 중국에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채 중국군이 자국에 해외 거점 설치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중국이 자금을 제공해 건설한 에티오피아-지부티 연결 철도가 완성됐고, 케냐와 우간다를 잇는 철도 건설 계획이 중국이 관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아프리카개발회의를 개최해왔다. 아프리카를 지원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입과 관련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후 중국이 잇따라 아프리카에 인프라 투자를 하며 영향력을 넓혀나가자 일본도 아프리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열렸던 제6회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는 3년간 300억달러(약 33조9천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3년에 한번씩 비슷한 성격의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열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3년 전 약속했던 600억달러(약 67조7천억원)의 지원을 마쳤고 앞으로 3년간 600억달러를 다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과 중국은 지난 5월 제3국에서의 인프라 정비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개발 경쟁을 더 치열하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중국과 인프라 개발에서 협력하면서도 중국과 차별화하기 위해 질이 높은 인프라의 정비와 보건 시스템 구축 등으로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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