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보냈더니 혈세 횡령…즉석밥·영양제에도 예산 '펑펑'
전 터키 공관 직원 2만6천弗 횡령 등 드러나 기소…공관장·본부 몇년간 '깜깜'
진영 의원 "재외공관은 감시 사각지대…감사 강화하고 내부고발자 보호해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장기간 나랏돈을 횡령하고 공관 예산으로 개인 경비를 지출한 외교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진영(더불어민주당·서울 용산) 의원은 해외 공관 자금을 횡령하고 개인 물품 구매에 지출한 전(前) 이스탄불 총영사관 직원 A씨가 올해 7월 기소됐다고 외교부 자료를 근거로 7일 밝혔다.
총영사관 경비 출납 업무를 맡았던 A씨는 공관 통장에서 인출한 현금을 사무실에 보관하면서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작년 말∼올 초 외교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행정지원시스템(전산)에 허위로 지급(지급결의) 내역을 입력하고, 본부에 매월 제출하는 출납계산서에는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랏돈을 빼돌렸다.
A씨가 횡령한 혈세는 확인된 것만 약 2만6천달러(약 3천만원)다.
현금을 횡령하는 데 더해 A씨는 공관 물품을 구입할 때 즉석밥과 영양제 등 개인생활용품까지 구입 목록에 포함시켜 주문을 냈다.
A씨는 자신의 비위를 숨기려고 공관 행정직원에게는 청구서 내역에서 자신이 넣은 물품은 제외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했다.
행정직원이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는 고성을 지르고, 문을 걷어차거나 주먹으로 벽을 치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행정직원을 위협했다.
그는 또 눈 밖에 난 행정직원에게만 주재국 연휴 기간 9일 내내 당직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자행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횡령과 강압적 행태는 A씨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다.
공관장도 본부도 경비 담당 외교관의 주머니로 나랏돈이 새는 것을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A씨가 서울로 귀임한 후 이스탄불 총영사관이 본부와 다른 정부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고서야 그의 불법이 발각됐다.
뒤늦게 외교부는 비위가 인정된다고 판단, 중징계를 추진하고 검찰에 A씨를 형사 고발했다.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앞서 2016년에도 남미 지역의 한 대사가 허위로 지급결의를 한 후 개인 용도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되는 유사 비위 사건이 있었다.
진영 의원은 이번 사례는 재외공관이 여전히 비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실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라고 외교부에 주문했다.
진 의원은 "공관장 재임 기간 중 최소 한번은 감사를 받게 한다든지 등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상향식 감시가 작동하게끔 철저한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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