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후 영변핵단지 '조용'…마당엔 곡식말리기"
38노스, 9월 말 위성사진 분석…"원자로 등 특이동향 전혀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북한이 핵탄두 원료를 만드는 영변 시설이 지난달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조용한 풍경을 이어가고 있다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38노스가 지난달 20, 24, 27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변 핵단지는 8월 27일과 유의미하게 다른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
핵탄두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5MW 원자로(흑연감속로) 근처에서는 하천 준설이 계속됐다.
이 작업은 가동 때 열을 받는 원자로를 식힐 물을 쉽게 공급하려는 것으로 분석돼왔으며, 5MW 원자로의 2차 냉각 시스템과 연관되는 펌프장 근처의 구룡강에서 이뤄지고 있다.
38노스는 준설토가 펌프장과 연결되는 수로를 막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미완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펌프장 근처에 있는 기존 냉각수 배출구에서 나오는 물도 소량이라고 지적했다.
38노스는 소량의 배출수가 원자로를 새로 가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가동 후 남은 열을 식히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종전 분석때 내놓은 바 있다.
38노스는 5MW 원자로 근처에서 대형 트럭과 같은 차량의 이동이 관찰됐으나 활동 목적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보유한 다른 원자로인 실험용 경수로(ELWR) 마당에서는 크레인과 장비의 이동이 몇몇 관찰됐다.
이 장소에서는 ELWR에 대한 주요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장비가 대거 철수하는 모습이 노출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영변 핵시설 내에 있는 농축우라늄공장(UEP)에서도 가동과 관련되는 중대한 활동이 관찰되지 않았다.
농축우라늄공장 마당에는 가을을 맞아 수확한 곡물로 추정되는 갈색 물체가 무더기로 관측됐다.
동위원소 생산 연구소, 핵연료봉 제조공장,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그 외의 개발되지 않은 터에서도 햇볕에 말리려고 깔아놓은 곡식이 늘어났다.
38노스는 "마지막 보고 이후 중대한 변화가 전혀 없었다"며 "평양 정상회담 후 조용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남북한은 지난달 18∼2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을 통해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38노스는 북한이 영변 핵단지를 영구 폐쇄하고 사찰을 허용하는 것은 비핵화로 가는 실질적 첫걸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는 것은 북한에서 알려진 것으로는 유일한 플루토늄 생산수단을 없앤다는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공장을 해체하는 것도 숨겨둔 장소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전부 없애는 것은 아니더라도 감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위원소 생산 연구소는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삼중수소, 중수소화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이 또한 폐기 대상으로 거론된다.
핵연료봉 제조공장은 북한에서 확인된 곳으로는 유일하게 천연, 저농축 우라늄을 원자로 연료로 만들어낼 수 있는, 폐기할 시설이라고 38노스는 소개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