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미중갈등…中 "미국이 내정간섭"

입력 2018-10-06 08:55
골 깊어지는 미중갈등…中 "미국이 내정간섭"

펜스 美부통령 대만·남중국해·인권' 비판에 中 강력 반발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골이 깊어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근 내정간섭 논란까지 더해지며 전면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무역전쟁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붙던 주요 2개국(G2)은 최근엔 서로 자국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내정간섭, 대만, 남중국해,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화춘잉(華春瑩) 대변인 명의로 펜스 부통령의 '내정간섭' 발언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낸 데 이어 6일엔 대만, 남중국해, 인권 등과 관련해 두 번째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화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이 연설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측을 비판한 데 대해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미국은 관련국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초로 중국과 관계를 발전하는 데 대해 감 뇌라 배 놔라 할 자격이 전혀 없다"면서 "대만독립 세력과 분리주의 운동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간 3대 연합 공보 규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 대만 문제를 신중히 적절하게 처리하고, 중국과 함께 대만독립을 반대하고 억제해 중미 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남중국해와 인권 문제에 관련해서도 "중국이 영토인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에 필요한 방어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국제법이 주권국가에 부여한 자위권으로 군사화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사건을 일으키고,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련 당사국의 노력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는 인권 보호와 촉진을 매우 중시한다"면서 "중국 각 민족은 법에 따라 충분히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중국 인권에 관해서는 중국 인민이 가장 발언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은 거울에 자신을 비춰 미국에 인권 문제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인권과 종교 문제를 이용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국경절 연휴에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반박 입장을 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북아 순방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주요 의제가 북핵 문제와 미중갈등인 점을 고려하면, 미중 양측이 8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양자 문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동북아 순방은 북핵문제 못지않게 미중갈등 이슈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출발하기 전 펜스 부통령이 연설을 통해 대(對)중 도발의 포문을 연 것은 전형적인 트럼프 대통령식 협상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중국 역시 여러 차례 무역협상과 양자 회담을 통해 미국의 협상 기술을 간파하고 있다"면서 "외교부를 통해 두 차례 입장을 발표한 것은 미국과의 신경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국내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선제적, 강압적 방식으로 그 힘을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간섭하고 있다. 그 목적은 대통령과 우리의 어젠다, 이 나라의 가장 소중한 이상들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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