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 적다 하소연한 노인에게 "불평불만 이제 그만"

입력 2018-10-05 18:52
마크롱, 연금 적다 하소연한 노인에게 "불평불만 이제 그만"

드골 고향 방문해 "장군 말씀처럼 했다면 프랑스 지금과 달랐을 것" 훈계

야권 "국민 모욕 그만하고 자중하라" 비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이 적다고 불평하는 한 노인에게 "국민이 불평불만을 그만하면 프랑스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이 또 국민 탓을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 60주년 기념식을 위해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고향 콜롱베 레 되 제글리즈를 방문했다.

마크롱은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노인이 연금이 너무 적어졌다고 불평하자 "장군(샤를 드골)의 손자가 방금 내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불평불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규칙이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장군의 생각이 옳다. 모두가 그렇게 했다면 프랑스는 달랐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다들 모른다. 노인분들은 점점 더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표정과 말투는 친근했지만 사실상 훈계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발언은 프랑스 정부가 최근 연금 지급액을 사실상 깎은 조치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샤를 드골의 권위에 기대어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마크롱 정부는 최근 '나랏빚을 억제하겠다'며 2019년과 2020년 모두 연금 지급액을 0.3%씩만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물가 상승률보다 인상 폭이 작아서 실질적으로 연금이 깎이게 되자 노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드골은 프랑스에선 아직도 '장군'이라는 뜻의 '제네랄'로 불릴 만큼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2차대전 때 나치 독일에 대항해 자유 프랑스를 이끌며 항독 투쟁을 전개한 뒤, 종전 후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을 지내며 프랑스를 유럽의 강대국 지위로 다시 올려놓았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들은 또 국민 탓이냐며 공세를 취했다.

작년 대선에 나왔다 참패한 브누아 아몽이 창당한 좌파정당 '운동세대'는 성명을 내고 "연금생활자들은 충분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마크롱이) 정의로운 정책을 폈다면 프랑스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더 이상의 모욕을 중단하고 자중하라"고 요구했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대표 마린 르펜도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재미로 불평하는 게 아니다. 계속되는 세금 인상과 치안 불안 같은 것 때문에 불평을 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마크롱의 직설화법은 일종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지난 8월 덴마크를 방문해 덴마크인들을 "새로운 생각에 열려있는 루터교도"라고 추켜세우고 프랑스인은 "변화에 저항하는 골족"이라고 깎아내렸다.

자신이 중점과제로 추진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개혁 등 노동·사회정책의 변화에 거부하는 반발을 겨냥한 발언으로, 이 발언이 알려지고 나서 국내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지난달에는 일자리가 없다고 푸념하는 20대 청년에게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라며 주변에 일자리가 널렸다고 응수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훈계조의 직설화법이 지지율 하락을 자초한다는 비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 카리브 해의 프랑스령 생마르탱 섬을 방문했을 때 한 기자가 직설화법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다고 하자 "가끔 내 의도가 곡해되는 것이 유감이지만 발언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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