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연'으로 부산찾은 새미 청 "영원한 라이벌은 저 자신"

입력 2018-10-05 16:59
영화 '초연'으로 부산찾은 새미 청 "영원한 라이벌은 저 자신"



(부산=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원한 제 라이벌은 제 마음속의 자신입니다."

홍콩 유명 배우 새미 청(鄭秀文·46)이 영화 '초연'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초연'은 왕년의 스타였던 여배우와 현재 떠오르는 여배우가 '두 자매'라는 연극에 함께 출연하게 되면서 초연 때까지 이들이 겪는 심리적 긴장과 압박 등을 그렸다.

영화는 연극이 초연되기 일주일 전 리허설 과정에서 두 배우가 벌이는 신경전과 무대 밖에서 이들의 숨은 사연 등을 그린다.

새미 청은 왕년의 스타 위안시울링 역을 맡았다. 극 중 위안시울링은 후배 허위원(량융치)에게 배역을 빼앗긴 뒤 은퇴를 선언하지만, 남편과 사별한 뒤 다시 연극계로 복귀한다. 새미 청은 연기와 사생활 모두 힘든 상황에 놓인 여배우의 복잡한 심경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미 청은 "초반에는 두 여배우의 경쟁 구도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은 두 배우의 숨은 상처나 과거를 보여주고,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새미 청은 '영화에서처럼 경쟁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마음속 나 자신"이라고 답했다.

2005년 '장한가'라는 작품으로 부산을 찾은 뒤 13년 만에 부산을 다시 방문한 그는 "전에 부산에 왔을 때는 건강상태가 안 좋아 부담이 있었는데, 지금은 육체와 정신이 건강한 상태에 참석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새미청은 국내 영화 팬들에게 '무간도'와 '니딩 유', '여명의 보디가드' 등으로 알려졌다.



'초연'은 홍콩 뉴웨이브 대표 감독인 관진펑(關錦鵬)의 신작이다. '인지구'(1987), '완령옥'(1991) 등 페미니즘적 시각의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긴 관진펑은 신작에서도 두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는 "극 중 주요 배경인 홍콩대회당은 홍콩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라며 "배경을 먼저 설정하다 보니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가 등장한다. 여성은 강인하게 그려지지만, 남성은 여성성이 부각되는 편이다.

감독은 "저는 남성을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면서 "이전 작품에서도 여자들이 강하고 남자들은 부드럽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남자로 살지만 제 안에는 여성스러움이 있다"면서 "저 자신을 '자웅동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초연'은 그가 중국에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한 뒤 홍콩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홍콩 올 로케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중국 본토 박스오피스 시장은 조만간 할리우드를 능가할 만큼 커졌고, 영화 소재도 다양해지고 기술도 발전했다"면서 "잠재력을 지닌 신인 감독 자원도 중국 자체에서 충분하다. 그런 중국에서 홍콩 영화인들은 외부로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작품은 대륙 투자들이 투자를 해줬다"면서 "그동안 대륙 자본으로 찍고 싶은 영화를 찍지 못한 환경이었는데, 오랜만에 저만이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초연'에 출연한 엔지 치우, 량융치, 바이바이 허 등 홍콩과 중국 유명 여배우도 함께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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