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쌍방폭행 '리벤지 포르노' 새 국면…前남친 처벌될까

입력 2018-10-05 13:41
구하라 쌍방폭행 '리벤지 포르노' 새 국면…前남친 처벌될까

"심각한 성범죄" 목소리 높지만 현행 성범죄처벌법 관련 규정 미비

유포사실 없으면 협박죄 적용 가능…"성폭력처벌법 개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 씨와 전 남자친구의 쌍방폭행 사건이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영상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A씨가 구씨에게 두 사람의 사적 관계가 담긴 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폭력 혐의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성범죄처벌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성계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리벤지포르노 등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씨는 전 남자친구인 유명 헤어디자이너 A씨를 지난달 27일 강요·협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가 고소했다.

서로 몸싸움을 벌였던 지난달 13일 새벽, A씨가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고 다시 연락하면서 과거 두 사람이 찍었던 사적인 영상을 전송하며 협박했다는 것이다.

구씨와 A씨를 쌍방폭행으로 수사하던 경찰도 지난 2일 A씨 자택과 자동차, 그가 일하던 헤어숍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추가 혐의에 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네티즌은 'A씨가 성폭력인 리벤지포르노 범죄를 저질렀다'고 분노하며 해당 혐의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리벤지포르노 사범을 강력 징역 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이날 오전까지 하루 만에 12만8천여명이 동의했다.

리벤지포르노 범죄란 교제했던 연인과 찍었던 사적인 영상을 이별 뒤에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거나, 해당 영상을 연인에게 보내며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간 여성계에서는 "'국산 야동'이라며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올라오는 영상물 모두 불법촬영(몰카) 피해물이거나 리벤지포르노"라면서 전방위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왔다.

여성가족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올해 4월 30일∼8월 7일 100일간 디지털성범죄 피해신고를 받아본 결과, 총 피해 건수 2천358건 중 '유포 피해'가 998건(42.3%)으로 가장 많았고 '유포 협박' 피해도 202건(8.6%)으로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 성폭력처벌법에 리벤지포르노 범죄가 정확하게 명문화돼 있지 않아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가해자들이 선처를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구씨 전 남자친구 A씨의 경우 영상을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외부에 유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리벤지포르노 범죄는 성폭력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법, 형법상 협박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영상물을 피해자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유포했을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 이용촬영으로 처벌받는다. 영상 유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데, 법정형이 성폭력처벌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

A씨의 경우 구씨에게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고 하며 둘 사이에 찍은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상을 다른 사람이나 온라인상에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가 영상을 유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A씨는 성범죄처벌법이 아니라 형법상의 협박죄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협박죄는 애초에 성범죄가 아닌 데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어서 강력 성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다.

A씨 측 변호인도 이를 의식해 전날 언론을 통해 "해당 영상은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이 아니고, 유포도 전혀 없었으며, 의뢰인(A씨)은 구씨를 협박할 의도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 등으로 영상 및 협박 메시지 전송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조만간 A씨를 재소환해 추가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은 "유포협박은 상대를 조종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으로, 단순 협박과 달리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면서 "영상이 유포되면 여성의 인생만 크게 망가질 것을 아는 남성 가해자가 불평등한 성별 위계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행"이라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관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특정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당사자 의사에 반해 유포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할 경우에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등 리벤지포르노 등 디지털성폭력 범죄에 대한 조처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남 의원은 전날 구하라 씨의 리벤지포르노 피해가 대두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공유하면서 "관련 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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