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서 고마워요" 절망한 범죄피해자에 손 내민 경찰관들
경찰청,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우수사례 발표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0년 전 사고로 남편과 아들 하나를 잃은 A씨는 남은 자녀들과 함께 살며 슬픔을 극복하고 있었다. 생계는 관공서에서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아들이 버는 돈으로 꾸려 나갔다. 그러던 중 아들이 직장 선배로부터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우울증세를 보였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절망에 빠진 A씨를 건진 이는 부산 해운대경찰서 소속 피해자전담경찰관 노은성 경위였다.
노 경위는 A씨를 대상으로 신속히 초기상담을 진행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했다. A씨 가족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임을 알게 된 그는 관계기관을 소집해 사례 회의를 열고 생계비와 구조금, 의료비, 장례비, 자녀 장학금, 후원금 등 7천500만원 지원을 끌어냈다.
아울러 범죄피해자 통합지원기관인 스마일센터와 문화예술 치료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A씨에게 심리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지원하고, 법률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무료 건강검진 바우처와 생활필수품도 제공받도록 도왔다.
A씨 딸은 이후 노 경위에게 보낸 편지에서 "엄마와 저를 위해 재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중학교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꿔 왔는데, 경위님처럼 훌륭한 경찰이 되어 꼭 찾아뵙겠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경찰청은 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제3회 피해자 보호·지원 감동스토리 발표회'를 열고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애쓴 현장 경찰관들의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발표회에서는 노 경위 사례를 포함해 6건의 모범사례가 소개됐다.
경기 수원남부서 형사과 소속 박영호 경위는 임신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상습 폭행당하고 흉기로 위협받은 데이트폭력 사건을 접수했다.
그는 사건을 받자마자 피해자를 직접 접촉해 위치추적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가해자에게는 경고 조치했다. 피해자가 출퇴근할 때 경찰관이 신변을 경호하도록 하고, 거주지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가능한 보호 수단을 총동원했다.
가해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처음에는 발부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사회생활이 어려워졌다는 범죄피해 평가보고서를 첨부해 재신청한 결과 영장이 발부돼 가해자를 확실히 격리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2015년 '피해자보호 원년' 선포 이후 경찰서마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 현재 전국에 310명이 근무하고 있다. 피해자전담경찰관 역량을 높이고자 올해부터 2022년까지 심리학 석사학위 소지자 206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2016년부터 '범죄피해 평가제도'를 도입, 범죄피해자의 정신적·사회적 고통에 대해 전문가 평가를 받아 가해자 양형과 구속 여부 판단 등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시민이 곧 경찰이고, 경찰이 곧 시민이라는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영역이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이라며 "국민 안전 확보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에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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