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결혼 D-1 슈뢰더·김소연 "한반도 평화 전도사 역할 할 것"

입력 2018-10-05 06:25
[인터뷰] 결혼 D-1 슈뢰더·김소연 "한반도 평화 전도사 역할 할 것"

5월 서울서 혼인신고…옛 동독지역·안동 하회마을 등서 신혼여행

슈뢰더 "한국 더 배우고 싶다"…김소연 "한국사람으로서 책임감 느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한반도를 둘러싼 6자 회담 등 직접적인 외교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제게 역할이 있거나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울 것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남편과 함께 유럽의 정치 지도자급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다 보면 남북한 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 데 북한에 선입견을 품지 않도록 하고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도록 최대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소연 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김소연 씨의 결혼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반도 평화의 전도사가 늘어나게 됐다.

슈뢰더 전 총리와 김 씨의 결혼식 전날인 4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자택에서 이들을 만났다.

다소 일찍 도착해 인터뷰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자택 인근에서 잠시 서성이는데, 슈뢰더 전 총리가 내려와 직접 현관문을 열어줬다.

지난해 가을 연애설이 불거진 데 이어 올해 초 결혼을 예고하면서 화제를 뿌린 이 한 쌍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검은색 티셔츠에 갈색 캐주얼 정장을 입고 있었다. 김 씨는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들은 이미 법적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단다. 지금까지는 결혼을 이미 했다는 추정 보도만 있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슈뢰더 전 총리가 이태원의 한 주민센터에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서명을 했다.

슈뢰더 부부에게 결혼식을 앞둔 소감부터 물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아내를 사랑하니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등이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주는 것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슈뢰더 부부는 비슷한 디자인으로 수수해 보이는 반지를 끼고 있었다. 슈뢰더 전 총리가 낀 반지는 지난 5월 이미 유명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슈뢰더 전 총리가 이 반지를 끼고 나온 것이었다. 당시 독일 언론이 추정한 대로 결혼반지가 맞았다.

서울의 오래된 보석상에서 맞춰 혼인신고 당시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줬단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인 김 씨는 결혼식 이후에도 관련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아내가 성공적으로 활동해온 사람인데 결혼으로 자기 일을 놓게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이 하는 일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슈뢰더 전 총리의 자녀들이 사는 하노버에서 거주할 예정이다. 하노버를 기점으로 베를린 등을 왕래하고 한국에서도 체류할 예정이란다.

슈뢰더 부부는 한독 관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충분히 살았습니다. 한국을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여행을 많이 하고 한국어도 배우려 합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은 세계정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 깊은 친분이 있는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외교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씨는 유럽에서 남북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저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더구나 유럽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이들 부부는 결혼식 후 떠날 신혼여행 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어 독일과 한국에서 열리는 한독 교류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하노버에 있는 한 한국식당은 슈뢰더 부부로 인해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단다. 지난 8월 한국식당을 찾은 것이 현지 언론에 보도된 후 독일인 손님들이 상당히 늘었다고 한다.

이들은 신혼여행지를 사회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한국과 독일의 장소로 골랐다.

독일에서는 김 씨의 바람으로 옛 동독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불국사 등을 찾는다.

김 씨는 "독일 통일 후 옛 동독지역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고, 남편에게는 한국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슈뢰더 부부는 5일 베를린의 유서 깊은 최고급 호텔인 아들론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오는 2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축하연을 연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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