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오부치 20주년] ③ 전문가 "평화·협력 메시지 되살려야"
평화체제 구축 협력에 시사점…구체적 액션플랜 통한 관계진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오는 8일로 2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선언에 담긴 평화와 협력의 메시지가 지금의 한일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일 양국이 공동선언의 정신을 다시금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크게 보면 공동선언에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가 함께 들어있다"며 "양자관계 뿐만 아닌 동북아 평화협력 등의 메시지는 현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도 "공동선언을 통해 민주주의, 평화, 공동번영의 정신 아래에서 양국이 협력을 약속한 것이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 바로 평화구축 협력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북 공조를 확립하고 지금의 평화프로세스에 일본의 건설적 역량을 동원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런 협력을 견인하기 위한 정상회담 개최 및 관계개선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동선언이 지난 20년간 한일 간 다양한 분야의 실질적 교류협력 증대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음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도 견실한 실질 교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시 양 정상은 본 선언은 물론 부속서인 '행동계획'을 통해 국민·문화 교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확대를 약속했는데, 특히 여기에는 한국의 일본문화 개방 약속도 포함됐다.
당시 일본문화 개방에 대해 국내에서 많은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 비춰보면 결국 일본문화 시장에서 '한류'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당시 양국 국민감정이 좋지 않았을 때였는데도 정상이 타협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문화 개방에 대해 국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컸는데, 오히려 한류 붐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일관계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센터장은 "앞으로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상 간의 타협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통해서 착실히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고 제언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도 "일본의 역사인식이나 영토문제로 충돌이 빚어져도 교류·협력의 기본 틀이 그렇게 부서지지는 않는다는 점은 한일관계의 기초 토대가 튼튼해졌음을 보여준다"며 "지금도 이어지는 학생들 간 교류를 포함해 액션플랜에 담긴 다양한 형태의 교류협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공동선언 이후 양국 교류의 폭은 확대됐지만 여전히 한일위안부 합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함께 때로는 갈등의 골이 심화하기도 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기호 교수는 "우리도 외교적 리더십, 영향력이 강화된 만큼 역사 쟁점은 원칙적 차원에서 관리해나가며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일본도 대승적 차원에서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에 공헌하려는 한일협력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종문 교수도 "욱일기 (게양) 문제 같은 경우에 우리가 주장할 부분은 당당히 해 나가는 것도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라면서 "양국이 차이와 대립의 지점들을 극복하면서 화해협력이라는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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