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쇼크에 韓주식·원화·채권값 '트리플 약세'
코스피 2,270대 추락…원/달러 환율 10원 급등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4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원화, 채권 값이 일제히 내리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08포인트(1.52%) 떨어진 2,274.49로 마감하며 8월 22일(2,273.33)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낙폭은 지난 8월 2일의 36.87포인트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천2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달 7일(7천736억원) 이후 최대였다.
이로써 최근 나흘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1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5.99포인트(0.75%) 내린 789.0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종가가 790선을 내준 것은 지난 8월 22일(종가 785.95) 이후 한달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달러당 10.7원 오른 1,12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130.5원을 찍기도 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5.1bp(1bp=0.01%p) 오른 연 2.066%로 장을 마쳤고 5년물과 1년물도 각각 6.0bp, 2.0bp 올랐다.
10년물은 연 2.445%로 마감하며 7.4bp 올랐고 20년물과 30년물, 50년물도 각각 6.3bp, 5.0bp, 4.8bp 상승 마감했다.
무엇보다 '현 미국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3일(현지시간) 발언 영향이 컸다.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국 국채 금리는 10년물이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인 연 3.18%로 상승 마감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며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며 "신흥국 금융·경기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외국인 자금이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미 금리 차로 인한 자금 유출 우려도 확산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미중 무역분쟁 격화 우려가 커진 것도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招商局) 에너지운수(CMES)의 셰춘린(謝春林) 대표는 전날 홍콩 글로벌 해운포럼 연례회의에서 "(무역전쟁) 이전까지는 사업이 순조로웠지만, 이제 전면적으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점진적이라는 점에서 이날 금융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조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연준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강도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해석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미국 국채 금리의 단기 급등은 오버슈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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