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 털고 실업탁구 삼성생명 우승 이끈 '새내기' 김지호

입력 2018-10-04 16:35
허리 부상 털고 실업탁구 삼성생명 우승 이끈 '새내기' 김지호

챔프 3차전서 포스코 에이스 전지희 2-1 제압 '테이블 반란'

실업 1년차 한국 차세대 간판…"도쿄올림픽 메달 도전하겠다"



(구리=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여자 실업탁구 삼성생명의 새내기 김지호(19)가 9년 만에 부활한 세미프로 대회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리그' 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주도하며 한국 여자탁구의 차세대 에이스 기대를 부풀렸다.

김지호는 4일 경기도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포스코에너지와 여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최효주와 호흡을 맞춘 1복식과 2단식 승리를 책임지며 삼성생명이 3-0으로 완승하는데 디딤돌이 됐다.

실업 1년차 막내의 매서움을 보여준 활약이었다.

김지호는 최효주와 콤비를 이룬 1복식에서 회전량 많은 서브와 안정적인 연결로 풀세트 접전을 3-2 역전승으로 장식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단식에서 만난 상대 에이스 전지희마저 2-1(11-8 5-11 11-8)로 물리치는 '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다.



전지희와 상대전적 2전 전패의 열세를 뒤집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었다.

그는 경기 후 "복식에서 이기고 나서 자신감이 생겨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실업리그 챔프전에서 우리 팀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탠 것 같아 기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날 챔프 2차전 때는 최악이었다.

유은총과 4단식에서 맞붙었는데, 마음대로 경기가 되지 않자 벤치에서 작전 지시하는 유남규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플레이를 했다가 혼쭐이 났다.

그는 "어제 벤치 사인을 보지 않고 플레이를 했다가 감독님에게 혼이 나서 눈물을 많이 쏟았다"면서 "감독님이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 '믿고 따라오라'는 말로 위로해줘 감격했다. 그래서 더욱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남규 감독은 "어젯밤 환호하는 꿈을 꿔서 오늘 꼭 이길 것 같았다"면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가지지 말고 즐기면서 경기하라고 했고, 지호가 1복식 승리로 분위기를 타면서 전지희 선수까지 잡아줘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이일여고 시절까지 국내 고교 최강자로 군림하던 김지호는 올해 삼성생명 입단 후 유남규 감독과 주세혁 코치의 강도 높은 조련을 받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고도 무리한 훈련으로 허리 디스크의 막이 미세하게 찢어지는 바람에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두 달여 재활하느라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예선 한 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하지만 재활 끝에 정상에 가까운 컨디션을 회복한 김지호는 작은 키(158㎝)에도 영리한 플레이와 예리한 서브, 날카로운 백핸드 공격 능력을 앞세워 토종 선수 중 에이스 자리를 이를 재목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는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 최효주 언니와 서효원, 양하은 언니와 경쟁하며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 때 대표로 참가해 메달을 따는 게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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