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혼재의 고문헌 사랑 20년…희귀 자료 한자리에

입력 2018-10-04 11:38
수정 2018-10-04 17:07
동혼재의 고문헌 사랑 20년…희귀 자료 한자리에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연구가 동혼재 석한남 씨 기탁 자료 전시회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20년간 독학으로 한문과 고서화 등을 공부하고 1천여점의 자료를 모았다.

관련 분야 학위는 없지만 초서로 쓰인 옛 편지를 번역하고 대학과 박물관 등에서 강의와 전시회 자문을 하는 전문가가 됐다.

스스로 '동네훈장'이라고 말하는 고문헌연구가 동혼재(東昏齋) 석한남(59) 씨다.

국립중앙도서관은 4일부터 본관 1층 전시실에서 '동혼재의 고문헌 사랑, 기탁으로 빛나다' 기획 전시회를 개최한다.

석한남 씨가 올해 초 기탁한 고문헌 133종 168점 가운데 50종을 선보인다.

임진왜란 이전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명필 서첩인 '순화각첩', 조선전기 3대 청백리로 불린 이원익이 85세 때 쓴 편지, 당대 명필로 알려진 동춘당 송준길의 비석 글씨, 정조 때 정약용과 함께 최고의 학자로 칭송받던 이가환의 친필 서문 등이 처음 공개된다.

조선 말기 화원인 혜산 유숙의 화첩 '삼매진경', 선조의 서자이자 인흥군 이영의 큰아들인 낭선군 이우가 쓴 '논어대문' 등도 눈길을 끈다.

그 외 책 속에 찍힌 문인들의 장서인(藏書印·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소유물임을 표시하기 위해 찍는 인장)도 볼 수 있다.



석 씨는 우리 뿌리를 찾고 고문헌의 가치가 재평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938년 발간된 만화책 '슈퍼맨'이 2013년 경매 사이트에서 32억원에 낙찰됐는데. 보물로 지정된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은 2015년 경매에서 7억5천만원에 낙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조상과 성현들이 남긴 고문헌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돼 안타깝다"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김환기, 박수근 화백의 작품도 물론 위대하고 아름답지만 고문헌의 가치도 재평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여년간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아침 고문헌을 읽었다는 그는 후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고문헌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데 머리가 아니라 끈기가 중요하다"며 "옛날에 우리 할아버지들이 다 읽었던 글이고, 우리 몸속에 그 DNA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