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일대일로, 외교정책 아니라 중국 주도 세계화 슬로건"

입력 2018-10-04 10:57
수정 2018-10-04 14:48
"시진핑의 일대일로, 외교정책 아니라 중국 주도 세계화 슬로건"

찰스 파튼 "일대일로는 전혀 새롭지 않고, 장쩌민의 저우추취 재탕"

"일대일로 대상국들, 중국의 지정학적, 대내적 의도 인식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은 외교정책이 아니라

중국 주도의 세계화를 달성하려는 슬로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찰스 파튼 연구원은 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현재 중국은 전 세계 130개 국가를 대상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강연을 통해 '실크로드 경제 벨트' 건설을 제안하면서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먼저 파튼 연구원은 중국이 일대일로에 대해 '시진핑 주석의 새로운 외교정책'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인 볼테르가 신성로마제국에 대해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것에 빗대 시진핑의 일대일로는 "시진핑적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고, 외교정책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튼 연구원은 일대일로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저우추취'(走出去) 슬로건을 재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우추취'는 '밖으로 나가자', 즉 해외진출을 뜻하는 말이다. 장 전 주석은 이 슬로건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세계무대로 나아가 경쟁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파튼 연구원은 '중국 특색의 세계화' 구상으로 일컬어지는 일대일로는 '현대판 마샬프랜'이 아니라 기껏해야 슬로건 또는 책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는 지정학적, 지리경제학적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 국내용 목적이 깔렸다고 파튼 연구원은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경제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 시장, 에너지 확보를 보장하고, 중국의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주도적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량 안보를 달성하고, 신장(新疆) 위구르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는 등의 목적도 있다고 파튼 연구원은 지적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에 대해 '지정학적 군사적 패권 추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100% 사실과 다르다고 파튼 연구원은 주장했다.

중국의 세계화는 '중화 민족의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파튼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러면서 파튼 연구원은 작년 아프리카의 지부티에 해군 기지를 구축한 사실을 지적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8월 일대일로 5주년 기념 좌담회에 참석해 "일대일로는 경제협력이지 지정학적, 군사적 패권 추구가 아니다"며 "이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과정으로서, 배타적인 클럽이나 '차이나 클럽'을 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정책소통(政策溝通), 인프라연통(設施聯通), 무역창통(貿易暢通), 자금융통(資金融通), 민심상통(民心相通) 5통의 핵심운영 메커니즘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 대상국들이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빌린 부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주로 중국이 중국 국유 은행을 통해 해당 국가에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국유 기업들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파튼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의 세계화를 묘사하는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선 일대일로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대일로에는 중국의 지정학적 의도뿐만 아니라 국내적 목적이 깔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파튼 연구원은 지적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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