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도 의회, 공공시설서 헤이트스피치 규제 조례안 가결

입력 2018-10-04 10:55
日 도쿄도 의회, 공공시설서 헤이트스피치 규제 조례안 가결

혐한집회 단체·개인 명단 공표 가능…인터넷 삭제 요청도

2020 도쿄 올림픽 앞두고 내년 4월 전면 시행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규제하는 조례안이 도쿄도 의회 총무위원회에서 가결됐다고 도쿄신문이 4일 전했다.

조례안은 오는 5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전망이어서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 차원에서 헤이트 스피치 방지를 위한 조례가 처음으로 만들어진다.

앞서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헤이트 스피치와 관련된 집회 장소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 의회 총무위원회에서는 전날 '올림픽 헌장에 명기된 인권존중의 이상 실현을 목표로 하는 조례안'이 자민당을 제외한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조례안은 도립공원 등 공공시설에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막기 위해 시설 이용 제한 기준을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집회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차별적 언동이 있었다고 도쿄도지사가 인정한 경우 해당 내용과 단체명, 개인의 이름을 공표하고 인터넷에서 영상 등에 대해 삭제도 요청할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조례안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피하고자 특정 행위나 집회가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참가하는 심사회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지난 1일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학자 등은 도쿄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민단체 '외국인 인권법 연락회' 공동대표인 니와 마사오(丹羽雅雄) 변호사는 "도쿄에서 조례가 만들어지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규제기준이 조례안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도지사가 자의적으로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도는 조례안의 의회 통과 후 구체적인 이용 제한 기준을 만들어 2019년 4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례안에는 성(性) 소수자(LGBT) 등에 대해 부당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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