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타격 보험사들 기후변화 영향 재평가 나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년 전 캐나다의 '오일 샌드'(oil sands) 붐이 일고 있던 포트 맥머리 지역에 산불이 발생하면서 영국계 보험사 '아비바(Aviva) PLC는 예기치 않은 타격을 받았다.
산불이 교외의 주거지역을 엄습하면서 10만 명의 지역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보험사는 결국 주택피해 등에 30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의 피해 보상을 해줘야 했다.
지난 1835년부터 캐나다에서 사업을 벌여온 보험사로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새로운 피해 양상이었다.
아비바는 자체 검토 결과 산불사고를 지구의 점진적인 온난화로 자연재해의 양상이 바뀌고 있는 한 사례로 지목했다. 그리고 캐나다 지역의 보험료를 올렸다.
2016년 이후 아비바의 리스크 모델이 바뀌면서 캐나다 지역 주택재해 보험료는 약 6% 올랐다.
지구온난화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막연하고 불확실한 면이 많지만 재계와 금융계가 기후변화의 대가를 반영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력한 폭풍과 침수에 시달리는 미 동부 해안지역 집값이 내륙지역보다 하락하고 있으며 북미 지역의 농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냉지(冷地)였던 북미 농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앞으로 이곳이 따뜻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투자가들이 기온상승이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수혜 대상에 투기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평가' 작업에 선두에 나서고 있는 곳이 보험업계이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의 토르스텐 예보렉 최고경영자(CEO)는 "기후변화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더는 논의하지 않는다. 이제는 보험계약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한편으로 '기후변화 위험'을 보험료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다양한 피해 가능성을 보험료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세계적 재보험사인 아치 캐피털 그룹은 기후변화 요인에 따른 손실 증가로 근래 부동산-재해 재보험 계약을 줄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데다 영업실적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험사는 아직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있다. 저금리로 연금과 헤지펀드의 자금이 보험업계로 밀려들면서 경쟁이 격화하는 바람에 지난 10년간 부동산 재해 재보험료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주요 재보험업체를 가진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CEO는 "아마도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로 인해 재보험업이 타격을 받지 않았으며 아직은 1년 단위 계약에서 보험료가 오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만약 재보험 계약이 30년을 커버한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가 지난한 상황에서 대형 보험사들은 허리케인과 홍수, 산불 등 각종 자연재해의 영향을 사업에 고려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기상전문가와 컴퓨터 과학자, 통계전문가 등을 확충하고 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35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최신' 재해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과거의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강우 등 최근 기상양상이 불규칙하게 변하면서 모델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스위스리는 최근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한 하비와 플로렌스와 같은 허리케인이 향후 수십 년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점진적이나 그 효과는 변동성이 많은 만큼 보험사들이 변화하는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992년 8월 허리케인 앤드루가 플로리다를 강타해 155억 달러(약 17조 원)의 보험 피해가 발생했을 때 13개 보험사가 문을 닫았다. 대형 자연재해가 보험산업의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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