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고향 말 '정겨운 옥천 사투리' 펴낸 공무원
옥천군청 조도형 주무관 10년간 발품 팔아 2천500개 수집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의 한 공무원이 고향 사투리를 조사해 책으로 펴냈다.
잊혀가는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10년 가까이 고서(古書)를 뒤지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사례를 모았다.
옥천군청 문화관광과에 근무하는 조도형(58·시설관리 7급)씨는 이 지역 사투리 2천500여개를 묶은 책 '정겨운 옥천 사투리(225쪽)'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옥천군 안내면의 산골 출신인 그는 20여년 전 군지(郡誌) 편찬작업에 참여하면서 사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국어대사전과 한글맞춤법사전을 허리춤에 끼고 시골 장터와 경로당 등을 누비면서 옛말과 사투리를 수집했다.
작년부터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한 월간지에 사투리 소개글도 기고하는 중이다.
책에는 '꼬두머리'(곱슬머리), '괘리'(허리띠),'나싱개'(냉이), '소쿠데미'(바구니), '독짝'(돌), '날망'(언덕배기), '장꽝'(장독대) 등 이 지역 고유의 방언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노다지'(언제나), '여지끈'(아직) 등 부사나 '헐하다'(값이 싸다), '씨굽다'(쓰다) 같은 형용사도 쓰임새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됐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이던 옥천은 경상·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게 뒤섞여 있는 곳이다.
동쪽인 안내·안남·청산면에는 '대빵'(우두머리), '둥기미'(둥우리), 얼라(어린아이) 등 영남 사투리가 흔하고, 서쪽인 군서·군북면은 봉다리(봉지), 뎁대(오히려), 꼬나보다(쏘아보다) 같은 호남 사투리가 여전히 쓰인다.
조씨는 "산이 많고 금강이 굽이쳐 흐르는 옥천은 도로와 장터를 중심으로 사투리가 조금씩 달라진다"며 "곡식 알을 터는 농기구인 '도리깨'가 마을에 따서 '도리케'나 '도루깨'로 불리는 등 사투리의 발음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터 어르신과 친구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유심히 귀에 담거나 메모한 뒤 일일이 뜻과 용법을 찾아가면서 자료를 정리했다"며 "혼자서 작업하다보니 맞춤법에 어긋난 사례가 있겠지만, 내 고향 토속 언어를 지키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5년 공직에 발을 디딘 조씨는 줄곧 현장에 배치돼 시설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지금은 육영수 생가에 근무한다.
그는 몇 해 전부터 향토사연구회원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이번에 펴낸 책자 1천권은 학교와 문화단체 등에 나눠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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