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내년에 10년 긴축 끝내겠다'…브렉시트 계획 지지 호소

입력 2018-10-04 09:39
英총리 '내년에 10년 긴축 끝내겠다'…브렉시트 계획 지지 호소

자신의 계획에 반대하는 '하드 브렉시트' 지지층에 '밝은 미래' 희망 제시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 온 고통스러운 재정긴축 기조를 내년에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집권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 진영과 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유럽연합(EU) 탈퇴 계획인 '체커스 계획' 지지를 호소하면서다.

'체커스 계획'은 상품 분야에서 EU 규정과 일치를 이루는 자유무역지역을 수립하는 등 사실상 EU와 긴밀한 통상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정부는 막바지에 이른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이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 브렉시트' 진영은 메이 총리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겠다던 예전 입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체커스 계획'은 EU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EU 측도 체커스 계획을 거부하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3일(현지시간) 중부 버밍엄에서 열린 집권 보수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연설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지금 가장 힘든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우리가 단결하면 영국을 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자신의 '체커스 계획'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 앞에는 더 밝은 미래가 있다면서 "우리가 모두 이 계획(체커스 계획)의 전부엔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영국에 좋은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을 타결한다면 내년 봄 예산지출 검토 때 미래를 위한 접근을 공개할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긴축이 끝났다는 것을, 힘든 노력이 보상받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째 이어져 온 정부 재정지출 감축을 끝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지방정부의 차입 한도를 상향하고, 암 조기발견을 위한 새로운 '암 전략'을 수립하고, 9년간 계속돼온 연료유 부담금을 동결하는 등의 방안을 소개했다.

메이 총리는 금융위기로 인한 긴축의 끝이 임박했음을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메시지"라고 분명히 했다.

영국 정부는 금융위기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대형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0년 출범한 보수당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 기조를 줄곧 유지해왔다.

현 정부는 2020년대 중반에 재정균형을 목표로 장기재정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체커스 계획에 기반해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된다면 내년 봄 예산지출 검토 때 '브렉시트로 생기는 이익'으로 쓸 돈이 있을 것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FT는 연료유 동결은 연간 8억파운드(약 1조1천600억원), 지방정부 차입한도 상향에 연간 10억파운드(약 1조4천600억원) 가량의 추가 부담을 재정에 안길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제시한 '긴축 종식' 희망이 이행되기 어려운 약속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싱크탱크인 정부연구소(IFG)의 젬마 테트로우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 전망치가 상당히 상향되지 않는다면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차입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완화하지 않는 한 메이 총리가 약속을 의미 있게 이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과거의(2010년 이전) 걷잡을 수 없는 재정차입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며 지출을 줄이지 않는 대신 정부차입을 늘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날 메이 총리가 긴축 종식을 약속한 것은 자신의 '체커스 계획'을 둘러싸고 당내 극한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것으로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 종료를 앞두고 정치적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이날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연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단에 오르면서는 스웨덴 출신 혼성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댄싱 퀸'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여유도 보였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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