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제재해제 강조…美와 조율있었나

입력 2018-10-04 10:44
北,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제재해제 강조…美와 조율있었나

리용호 연설·노동신문 논평서 신뢰 차원 문제로 제재 거론

폼페이오 방북때 비핵화조치-종전선언·제재해재 논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 간 중대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 제재해제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유엔 총회 때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리용호 외무상이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언급한 이후 북한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제재해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4일에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북한에서 사실상 전 주민이 구독할 정도로 대중매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때문에 7일 '당일치기' 방북 예정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측 카운터파트와 이를 비핵화 상응조치와 관련해 어느 수준에서 논의할지 관심을 모은다.

우선 노동신문 논평의 논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문은 "제재 문제로 말하면 조미(북미) 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이 제재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불리해질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유하여 말한다면 비핵화는 신뢰구축을 영양분으로 하여 자라는 조미관계 개선이라는 나무에 달리는 열매"라며 제재가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 요인의 하나"라고 했다. 제재문제를 북미 간 신뢰구축 차원에서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앞서 리 외무상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신뢰'를 무려 18차례 걸쳐 강조한 것과 연결지을 수 있어 보인다. 당시 연설에서 리 외무상은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하려면 북미관계 개선을 해야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 차원에서 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차원에서 처음 꺼내 든 카드는 체제 안전보장과 연결되는 종전선언이었는데, 최근 들어 2번째 카드로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본격 거론하는 양상이다.

외교가에선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를 피해온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대북제재완화 또는 해제→ 비핵화 논리로 보도한 것 자체가 대내적 메시지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철회하고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선포한 북한 당국이 이제는 비핵화에 앞서 대북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될 수 있다는 암시를 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북미 양측이 폼페이오 장관의 7일 방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물밑 협상'을 통해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가 있었고, 이와 관련해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0개월 이상 핵실험 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이를 제재완화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핵실험장 폐기 등의 비핵화 조치 일부를 선제로 취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제재완화와 관련한 신호를 발신한 적은 없다. 다만 종전선언에 대해선 다소 유연해진 기색도 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3일 기자회견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북미) 두 정상 간 2차 정상회담뿐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길을 설계해 나가는 노력을 이어가는 데 있어 (북미 서로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심화한 진전, 그리고 발전된 논의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나는 낙관적이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6∼8일 일본-북한-한국-중국 순으로 방문하게 될 폼페이오 장관은, 통상 대북 제재 공조를 논의하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지 않기로 한 점도 대북 유화 메시지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길에 종전선언 외에 대북제재 완화 문제가 구체화할지에 촉각을 모은다.

'종전선언' 대(對) '영변 핵시설 폐기 관련 조치'로 보였던 협상의 구도가 '종전선언+제재완화' 대 '영변 폐기 관련 조치+알파' 식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의 일부 폐기라는 '통 큰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 정부로서도 북미 간의 제재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 '조건부'로 명기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하려면 제재 문제에서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측통들은 북한에 대량의 현금이 들어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의 경우 현 단계에서 제재 문제를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폼페이오 방북에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정부는 우선 철도 연결 공동조사 및 착공식 등을 추진하고, 제재 틀 안에서도 할 수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작년 9월, 국제기구를 통해 추진키로 결정하고도 여태 집행하지 못한 대북 800만 달러 상당 인도적 지원의 집행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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