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비판 언론인, 터키서 자국공관 들어간뒤 실종(종합)

입력 2018-10-04 11:21
수정 2018-10-07 11:27
사우디 왕실 비판 언론인, 터키서 자국공관 들어간뒤 실종(종합)

터키 대통령실 "아직 총영사관에 있다"…사우디 "이미 떠난후 사라졌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왕세자를 비롯해 왕실과 정권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사우디 언론인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서류를 받으러 들어간 후 실종 상태라고 AFP 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자말 카쇼기의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는 취재진에게 카쇼기가 지난 2일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간 이후 오후 1시부터 그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3일 아침부터 총영사관 바리케이드 밖에서 종일 그를 기다렸다는 약혼자는 "자말이 어디에 있는 것이냐"며 "그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총영사관 밖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우디 일간 알와탄의 편집국장을 지낸 카쇼기는 체포를 피해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들을 통해 사우디 주도의 예멘 공습과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단행한 '숙청' 등 정권과 왕실의 강압을 직접 비판했다.

이에 대해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3일 기자들에게 "우리 정보에 따르면 사우디 국적의 그 인사(자말 카쇼기)는 아직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안에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터키 정부가 사우디 측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외교부와 경찰이 이번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이미 총영사관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뉴스통신 SPA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이 카쇼기가 총영사관을 떠난 이후 실종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터키 당국과 공조해 후속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가 카쇼기 사건에 개입했다면 최근 사우디와 터키 양국 관계에 비춰 터키 측 의도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터키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지만, 일련의 중동 문제를 놓고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 반기를 들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는 지난해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고립정책을 따르기는커녕 카타르의 편을 들었으며,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고 사우디의 적수 이란과도 협력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도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자유 지지단체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 언론인이 신속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터키와 사우디 당국에 촉구했다.

사우디는 이 단체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가운데 169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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