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美, 인도주의 분야 대이란 제재 철회해야"(종합)

입력 2018-10-03 22:40
국제사법재판소 "美, 인도주의 분야 대이란 제재 철회해야"(종합)

의약품, 의료장비, 식료품, 민항기 부품 등 제재 부당 결정



(베를린·테헤란=연합뉴스) 이광빈 강훈상 특파원 =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 복원과 관련, 이를 유예해야 한다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과 관련, 인도주의적 물품과 서비스에는 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고 3일(현지시간) 결정했다.

ICJ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재판부의 만장일치로 미 행정부는 의약품,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품, 안전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 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의 재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어 "미 행정부는 이들 인도주의적 물품에 대한 수출 인허가를 발급해야 하고 이에 대한 대금 지급, 송금도 제재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과 이란은 이 소송 분쟁을 악화하거나 확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이란의 민항기 안전을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인도주의적 물품 거래를 제한하면 이란 국민 개개인의 삶과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란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미국의 제재 부과 전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ICJ는 이 가운데 인도주의적 물품, 서비스 분야에 제한해 이란의 입장만 인용했다.

8월 7일 복원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대상에 의료 분야와 식료품, 농산품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상업용 항공기와 관련 부품, 서비스를 이란에 수출하는 거래는 제재대상에 해당한다.

의료 분야의 경우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이란과 금융 거래가 미국의 제재를 적용받는 탓에 거래 대금 결제가 어려워 관련 업체가 이란에 대한 수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ICJ의 판결이나 결정이 통상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만 미 행정부가 이를 따를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이란은 ICJ의 결정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했다.

ICJ가 있는 네덜란드 주재 미 대사는 3일 트위터에 "(이란의 소송은) ICJ의 사법 관할권이 없는 불필요한 사건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ICJ는 이란의 요구 대부분을 기각하고 아주 일부분만 인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ICJ의 결정은 이란의 합법성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불공정성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ICJ가 이란의 승리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제재에 중독된 미국의 또 다른 패배"라면서 "법치주의의 승리이자 국제사회가 미국의 악의적인 일방주의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이전인 1955년 당시 친미 왕정이 미국과 맺은 '미-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위반했다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955년은 미국과 영국 정부가 민족주의 공화정을 전복하는 쿠데타를 지원하고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정을 복원한 때다.

현 이슬람공화정이 설립된 이슬람혁명 이전에 맺은 조약인 탓에 이번 소송 과정에서 법적 효력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은 1980년 단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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