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스밥버거 매각 후폭풍…수십억 얽힌 점주들에 안 알려
작년엔 오세린 대표 마약 혐의로 구설…점주들 "먹튀" 분통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밥 버거 브랜드 '봉구스밥버거'가 치킨 브랜드 '네네치킨'에 회사를 매각한 사실을 점주들에게 알리지 않아 논란이 거세다.
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네네치킨 측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치킨으로 쌓은 노하우와 프랜차이즈 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그동안 축적한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과 외식 전문기업으로서의 품질 안정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인수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정작 전국 600곳이 넘는 봉구스밥버거 점주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열 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세린(32) 대표는 점주들에 매각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채 지난달부터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인수가 확정된 것은 두 달 전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기간 사이에 아무런 말도 없고 네네치킨 측도 공지하지 않고 쉬쉬했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특히 오 대표가 점주들과 해결해야 할 40억원 안팎의 채무 문제가 얽혀 있는데도, 이를 처리하지 않고 회사를 넘겼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맹점협의회의 설명에 따르면 점주들은 포스(POS)기를 오 대표와 봉구스밥버거 본사 측의 요청으로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위약금을 오 대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한 회장은 "멀쩡히 잘 쓰던 포스기를 오 대표의 요청으로 바꾸는 통에 위약금이 발생했다"며 "새 업체와의 계약도 이상한 조건이라 쓰면 쓸수록 위약금이 커지는 구조다. 즉 전 업체와 새 업체 양측 모두에 위약금을 물게 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대표는 위약금을 책임지겠다며 일부 점주에게는 서약서까지 썼다"며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재는 전무를 맡던 자신의 인척과 해외에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먹튀'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구스밥버거는 2009년 길거리 장사로 시작된 청년창업 브랜드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2014년 8월 기준 900호점을 돌파했다.
그러나 오 대표가 마약 투약으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 탓에 당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고 가맹점 매출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협의회는 올해 8월에는 가맹료 문제로 봉구스밥버거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4일 오후 2시 봉구스밥버거 본사에서 인수 후 새 대표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추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