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한달앞] 핑크 웨이브…루키들…'파란의 선거' 되나

입력 2018-10-04 12:01
[美중간선거 한달앞] 핑크 웨이브…루키들…'파란의 선거' 되나

여성후보 숫자 역대 최다기록…거센 女風속 '유리천장' 흔들

흑인·무슬림·트랜스젠더 등 소수자와 정치 신인 출사표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가 '파란의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비경선 때부터 불기 시작한 여풍(女風)의 위세가 심상치 않은데다 기존 정치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신인'들이 대거 약진하는 이변이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연방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의 수는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11월 '본선'을 앞두고 치러진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거치면서 중앙 정치 무대로 뛰어든 다양한 경력의 후보들도 주목받고 있다.

4일 럿거스 대학 여성정치센터에 따르면 연방 하원 의원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47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프라이머리에서 235명이 승리를 거뒀다.

이 수치는 기존의 여성 역대 최다 출마(2012년 298명), 최다 프라이머리 승리(2016년 167명) 기록을 모두 바꿨다.

상원 역시 53명이 도전에 나서 역대 기록(2016년 40명)을 넘어섰고 프라이머리 에서 승리한 여성 수도 22명으로 기존 최다 기록(2012년 18명)보다 많다.

이같은 '우먼 파워'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핑크 웨이브'(여성 후보 바람·돌풍)라고 부르며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성 후보들의 대거 등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차별적 행보와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흐름을 탄 '미투 운동'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언론들은 진단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여성 정치인들이 잇단 출마선언을 통해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견고한 유리 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여성이 있고, 그 지지가 강력하지만, 더 많은 여성이 그에게 반대하고 있고, 반대의 강도는 남성보다 훨씬 더 세다"고 평가했다.

새로 정치 무대에 뛰어든 신예나 트렌스젠더·무슬림 등 '소수자', 각 주(州) 의원에서 연방 상·하원 의원으로 '체급'을 바꿔 도전하는 인물들도 눈에 띈다.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에 맞서 의회 권력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에선 특히 '반(反) 트럼프' 분위기 속에 여성 후보들이 주목을 받는다.

20대의 라틴계 정치 신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28)는 민주당 내에서 유력한 차기 하원 원내대표로 거론되던 10선의 조 크롤리 의원을 눌렀다.

사상 첫 무슬림 하원 의원 당선이 확실시되는 팔레스타인 이민자 2세인 라시다 탈리브(42)도 있다. 그의 지역구(미시간 13선거구)에는 공화당 입후보자가 없다.

버몬트 주의 민주당 주지사 후보인 크리스틴 홀퀴스트(62)는 2015년 성전환 수술을 마친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주지사 또는 연방 선출직 후보로 트렌스젠더가 확정된 것은 미 역대 정당사에서 그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캔자스 주에서 연방 하원 의원에 도전하는 샤리스 데이비스(38)가 당선되면 미국 최초의 '레즈비언 의원'이자 사상 첫 '아메리칸원주민 의원'이 된다.

미시간 주와 미네소타 주에선 각각 팔레스타인과 소말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라시다 틀레입(41), 일한 오마르(35)가 연방 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적으로 백인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조지아 주에선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 후보로 나선 스테이시 에이브럼스(44)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의 남성 후보 중에선 앤드루 길럼(39) 탤러해시 시장이 플로리다 최초의 흑인 주지사에 도전한다.



공화당의 경우 '친(親) 트럼프' 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부상한 가운데 독특한 색깔을 지닌 정치인과 정치 경험이 적은 신예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애리조나 주에선 미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로서 대령으로 예편한 마사 맥샐리(52) 연방 하원 의원이 '명패'를 바꿔 상원 의원에 도전한다.

한국계 여성인 캘리포니아 39선거구의 영 김(56) 후보는 주 하원 의원을 거쳐 올해 연방 하원 의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직 해군 변호사인 론 드샌티스(40) 연방 하원 의원은 이번에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그가 '위대한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지원 연설을 하는 등 공개 지지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이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인 케이티 애링턴(48)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 의원은 프라이머리에서 주지사 출신의 마크 샌포드 연방 하원 의원을 꺾고 본선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가 출신인 그레그 지안포르테(57) 연방 하원 의원은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1년 만에 상원 의원 후보로 나섰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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