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 양빈, '비밀리' 대만 방문

입력 2018-10-03 12:50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 양빈, '비밀리' 대만 방문

경제·금융계 인사들과 회동…'북한, 신의주 개발 속도 내나' 촉각

(타이베이 =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이었던 양빈(楊斌)이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해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북한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빈과일보는 지난 1일 저녁 양빈이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최측근이었던 류타이잉(劉泰英) 전 중화개발금융공사 이사장을 비밀리에 만났다고 3일 보도했다.



또한, 이 자리에는 류 전 이사장을 비롯한 대만 측 인사와 한국의 롯데 그룹, 말레이시아의 겐팅 그룹 관계자도 참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만남의 목적은 북한 신의주경제특구 개발 사업 관련 논의였다며 이는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을 포함하는 다국적 투자의 포석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셰진허(謝金河) 비지니스투데이 발행인은 오는 27일 시찰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모임 목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관측통에 의하면 양빈이 신의주 행정장관의 신분으로 신의주 개발을 주도하는데 대해 이미 중국, 미국, 북한 정부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사업은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단둥(丹東) 지역은 집값이 최소 3배 이상 뛰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6월에도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해 류 전 이사장을 만나 신의주경제특구 공동 개발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류 전 이사장은 양빈에게 신의주의 자금, 화물, 인력 유통이 완전히 개방되면 모두 앞다투어 개발 경쟁에 나설 지역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북한의 개혁개방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어 7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ㆍ중 접경의 신의주 공장 등을 시찰해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신의주가 또다시 국제경제지대로 부상할 경제특구로 개방될 가능성이 예측됐다.

빈과일보는 북한이 지난 2002년 신의주에 132만㎢의 면적으로 홍콩과 유사한 개념의 사법, 행정, 입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특별행정자치구를 설립하고자 했으나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됐던 양빈이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더 이상 행정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지금까지 집단지도 체제로 경제특구를 관리해 왔다고 전했다.

양빈은 중국계 네덜란드인으로 1990년 어우야(歐亞) 그룹을 설립해 중국 제2 갑부의 위치까지 올랐으며, 2002년 9월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공식 지정하면서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2002년 9월 자신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수양아들'이라고 소개하며 신의주를 공업, 과학기술, 관광, 금융, 경제, 무역의 중심지로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02년 부임 일주일 만에 중국 당국이 양빈을 탈세 혐의로 연행돼 구속하여 18년 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14년만인 2016년 출소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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