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언론인 피살' 8천만원에 이뤄진 청부살인
검찰, 사건 정황 공개…정경유착 의혹 기업가 배후로 거론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올 2월 슬로바키아 탐사보도 기자의 죽음이 청부 살해로 드러났다.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검찰 관계자는 전날 취재진에 알레나 Z라는 여성이 살인을 지시했으며 대가로 5만 유로(한화 6천450만원)를 범인들에게 지불하고 2만 유로(2천580만원)의 빚을 탕감해줬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주요 공범으로 지목된 알레나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체포됐다. 하루 먼저 체포된 다른 3명의 용의자와 알레나는 모두 구속됐다.
이탈리아 마피아와 슬로바키아 정치권의 유착을 취재하던 잔 쿠치악은 올 2월 집에서 여자친구 마르티나 쿠스니로바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 관계자는 "3명의 용의자 중 토마스라는 남자가 쿠치악에게 총을 쐈고 다른 한 명은 차 운전을 맡았다. 나머지 한 명은 연락책 역할을 했다"며 "알레나는 토마스에게 살해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용의자들은 애초 쿠치악만 살해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쿠스니로바는 그때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희생됐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치악 살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알레나는 슬로바키아 기업가 마리안 코치네르를 도와 통역 업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치악은 정경유착과 관련해 코치네르의 사업 관계를 취재하고 있었다.
코치네르는 또 알레나 딸의 대부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10여 개의 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올 6월 약속어음 위조 사건으로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코치네르가 이 사건에 연루됐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쿠치악의 죽음 이후 슬로바키아에서는 정경유착 근절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고 로베르토 피초 총리와 내무장관 등이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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